채병용 호투..박재홍 결승 투런포

SK 와이번스가 안방에서 KIA 타이거즈를 연파, 한국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SK는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09 CJ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선발투수 채병용이 5⅔이닝을 1점으로 틀어막고 베테랑 박재홍이 결정적인 2점 홈런을 쏘아올려 막판 끈질기게 따라붙은 KIA를 4-3으로 제압했다.

광주 원정에서 먼저 두 판을 내주고 올라온 SK는 3, 4차전을 쓸어담아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 패권은 22일부터 장소를 잠실구장으로 옮겨 치러지는 5차전 이후 가려진다.

SK는 2연패 후 4연승한 2007년 두산과 한국시리즈의 재현을 꿈꾼다.

반면 KIA는 1,2차전 승리팀이 12차례 시리즈에서 11번 우승했다는 확률을 믿는다.

3차전을 잡은 뒤 '1승 이상을 챙겼다'고 한 '야신' 김성근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SK는 잘 짜여진 야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KIA의 숨통을 조였다.

뚫어야 할 때 결정타가 나왔고 막아야 할 때 호수비가 뒤를 받쳤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의 직구는 힘이 있었다.

최고 구속이 시속 150㎞까지 찍혔고 볼끝도 살아있었다.

SK 방망이는 초반 1번부터 5번까지 제대로 배트에 힘을 실어 타구를 날린 타자가 없었다.

하지만 한 순간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렀다.

2회말 2사후 정상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양현종은 7번 박재홍을 맞았다.

투볼에서 변화구가 볼로 판정돼 스리볼로 몰렸다.

양현종은 또 걸어 내보낼 수 없다는 듯 한가운데 직구를 꽂았다.

'리틀 쿠바' 박재홍은 노림수가 있었다.

스리볼이 들어올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던 박재홍은 양현종의 144㎞짜리 직구가 가운데 높은 코스로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풀스윙을 돌렸다.

있는 힘껏 당겨친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 왼쪽 펜스를 훌쩍 넘겼다.

비거리 115m짜리 투런포.
승부는 사실상 이 한 방으로 갈렸다.

SK는 5회말 두 번째 찬스에서 꼭 필요한 추가점을 빼냈다.

불씨를 당긴 선수는 또 정상호였다.

타격 감각이 좋은 안방마님 정상호가 좌중간을 시원하게 갈라 2루까지 출루하자 박재홍은 지체없이 번트를 댔다.

전 타석에 홈런을 쳤지만 망설일 것도 없이 희생했고 정상호가 3루까지 진루했다.

다음 타자 나주환은 양현종의 바깥쪽 낮은 볼을 밀어쳐 우중간을 갈랐다.

스코어는 3-0으로 벌어졌다.

행운도 SK 편이었다.

1-3으로 쫓긴 8회말에는 조동화의 빗맞은 내야안타로 추가점을 냈다.

반면 KIA는 기회마다 병살타 3개가 나와 공격 흐름을 스스로 끊었다.

1회초 김원섭이 깨끗한 중전안타를 때리고 나갔지만 장성호의 1루 땅볼이 병살로 연결됐고 3회말 이현곤, 김원섭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3루 기회에서도 장성호가 당겨친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굴러가 병살타가 됐다.

4회에도 김상훈의 병살타가 나왔다.

SK의 그림같은 수비도 KIA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6회 이용규의 안타성 타구를 앞으로 미끄러지며 잡아낸 좌익수 박재상은 7회 김상현의 홈런 타구를 잡아냈다.

박재상은 왼쪽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공을 기막힌 타이밍으로 점프하면서 잠자리채로 낚아채 듯 건져냈다.

김상현은 홈런을 도둑맞았다는 표정으로 돌아섰다.

6회 이현곤이 채병용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치며 솔로홈런을 날려보내 1점 추격한 KIA에도 9회말 마지막 역전 찬스가 있었다.

차일목, 최희섭이 연속 안타로 나간 뒤 김상현이 삼진, 이종범이 뜬공으로 아웃돼 그대로 끝날 듯했지만 나지완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1점 따라붙고 대타 이재주가 볼넷을 골라 2사 만루를 만들었다.

이어 김상훈이 때린 평범한 땅볼을 SK 유격수 나주환이 더듬었고 KIA는 3-4까지 추격했다.

SK 윤길현은 마지막 타자 이현곤을 다시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 3분의 2를 쉰 채병용은 구속이 최고 142㎞에 불과했지만 특유의 묵직한 직구를 구석구석에 꽂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절히 배합해 호랑이 타선을 5안타, 5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지난 10일 승부의 추를 돌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 5⅓이닝 1실점에 이어 올 가을잔치 두 번째 호투. 2003, 2007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3승째를 챙겼다.

KIA 타선에서는 4타수 3안타를 때린 이현곤과 4타수 2안타의 김원섭만 분전했다.

(인천연합뉴스) 옥 철 김영현 박성진 기자 oakchul@yna.co.krcool@yna.co.kr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