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병원 이름 바꾸기 한번 힘드네."

건국대병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병원'이란 의미에서 'K Hospital'로 이름을 바꾸고 병원 간판을 비롯해 의사 가운 및 환자복,지하철역 안내판,홈페이지 등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기 위해 특별예산까지 편성했다. 이르면 10월 중순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문들이 건국대란 명칭을 빼선 안 된다고 거세게 반발하는 데다 자칫 K가 '고려대'를 지칭하는 것 같다는 반론에 부딪혀 최근 개명방침이 전격 철회됐다.

2005년 6월 개원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동서신의학'이 주는 이미지가 병원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하는 의대 교수들의 주장에 따라 작년 봄부터 개명 논쟁이 본격화됐다. 연내 '강동경희대병원'으로 간판을 바꾸는 방안이 유력했다. 그러나 한의대 교수들이 극렬히 반대하는 데다 올 들어 8월 말 현재 하루 외래환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 안팎 늘자 개칭 바람이 잦아드는 분위기다.

서울시보라매병원은 서울대 의대 교수 신분인 의료진들이 보라매가 '공군병원'이미지를 주는 데다 서울대병원과의 일체감 강조를 위해 서울대보라매병원 등으로 바꾸길 희망하고 있으나 서울시의 반대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올 들어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이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이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연초 대비 최근 진료고객이 각각 12%, 35% 안팎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들은 "대대적인 시설 확충과 서비스 개선 등의 덕택이 크고 개명의 효과는 보완적"이라며 "강력한 브랜드 구축은 의료계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