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안중근 의사(사진)의 하얼빈 의거와 같이 조선인이 외국에서 일으킨 사건에 재판권을 행사한 것은 국제법상 하자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사료가 발견됐다. 더욱이 이런 판단을 내린 당시 일제 수뇌부가 안 의사의 손에 절명한 이토 히로부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의사 의거 100주년(10월26일)을 앞두고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신운용 책임연구원은 1907년 하얼빈에서 조선인 김재동 등이 일본인을 살해한 사건에 관한 기록을 최근 일본의 외교사료관에서 발견해 18일 공개했다. 이 자료엔 일제가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과 이후 재외 조선인에 대한 재판권 문제를 검토한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김재동 사건 직후 하얼빈 주재 일본 총영사였던 가와카미 도시히코는 러시아가 이들의 신병을 넘겨주려 하지 않자 강제로 이들을 넘겨받아 사형 등을 선고했다.

이듬해 이토 히로부미는 이 사건과 관련해 하야시 다다스 외상에게 보낸 전문에서 "재외 조선인 재판사무에 대해 조선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이 경우 법률 관제(제정) 등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실행상 지장이 적지 않으므로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토 역시 하얼빈에서 조선인에 의해 일어난 사건을 일본이 직접 재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신 연구원은 "사료에서 보듯 일본은 '편의상'재외 조선인에 대한 사법권을 불법적으로 가져갔고 그 부당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