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3분기 깜짝실적을 낸 골드만삭스 임직원들은 또다시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연봉과 보너스를 한푼도 못받고 물러날 처지에 놓였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분기 작년의 세 배를 웃도는 32억달러의 순익을 낸 골드만삭스가 올 1~9월 매출의 절반가량인 167억달러를 임직원 연봉 및 보너스 용도로 축적했다. 1인당 평균 9개월치 보수로 52만6814달러(약 6억1400만원)를 받는 셈이다. 지난해 지급한 114억달러보다 46% 늘어난 것으로 금융 버블이 한창이던 2007년(169억달러)과 맞먹는다. 올 4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올해 전체 직원 보수 규모는 21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CNN머니는 "당신의 세금이 그들의 빅 보너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인 금융사 거액 보너스 관행이 부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NN머니는 "골드만삭스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9개 은행 중 하나"라며 "대마불사 원칙을 등에 업고 이득을 본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비니아르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리스크 관리와 부실자산 처리에 신경쓴 결과 금융위기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BOA의 루이스 CEO는 올해 연봉 및 보너스를 받지 못함과 동시에 이미 회사로부터 받았던 돈까지 토해내야 할 지경이 됐다. WSJ는 "보너스 문제 관련 정부 최고책임자인 케네스 파인버그가 루이스 CEO에게 올 연봉 및 보너스를 포기하라고 요구함에 따라 그가 빈손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고 보도했다. '연봉 차르'로 불리는 파인버그는 올 연말 사퇴를 앞둔 루이스 CEO가 6930만~1억2000만달러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는 것을 감안,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루이스 CEO는 이미 회사로부터 받은 돈 100만달러가량도 반납해야 한다. BOA 관계자는 "루이스 CEO도 미 재무부의 이 같은 결정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1969년 BOA 입사 후 40년간 몸담아온 루이스 CEO는 지난 4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메릴린치 인수 과정 관련 의혹으로 회장직을 박탈당한 뒤 그동안 CEO직만 유지해왔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