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위험한 거야. 희망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떠나려는 앤디에게 남아있으려는 레드가 말한다.

"희망은 좋은 거죠. 어쩌면 가장 좋은 거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자유를 찾은 앤디가 갇혀있는 레드에게 남긴다.

"자유로운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기쁨이다. 희망의 긴 여행을 떠나는 자유로운 사람만이."

마침내 레드도 꿈처럼 푸르기를 희망하는 곳으로 떠난다.

앤디와 레드는 추억이 없는 태평양을 향했지만,꿈꾸는 푸른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사이판으로 가자. 점점 두터워져가는 일상을 푸른 산호초에 벗어 놓고 오자.

#쪽빛 유혹과 달콤한 자유

사이판은 미국 자치령인 북마리아나 제도를 이루고 있는 섬 중에서 가장 넓지만 남북으로 약 21㎞,동서로는 8.8㎞밖에 되지 않는 좁고 긴 섬이다. 사이판의 유혹적인 쪽빛 바다와 화려한 금빛 해안선을 한눈에 보려면 타포차우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타포차우산은 해발 473m밖에 되지 않지만 가파르고 험해 승용차 대신 4륜 구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꼬불꼬불한 비포장길을 올라가면 최고의 해양 휴양지인 마나가하섬의 장관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마나가하섬을 에두른 바다는 5가지 빛깔을 선물한다. 산호초 바다의 투명한 옥빛,해초가 물결치는 검푸른 빛,태평양의 코발트 빛,파도의 하얀 빛,그리고 연인의 눈동자에 불타는 핑크빛.

황홀한 푸른 빛을 더 담아가고 싶다면 타포차우산으로 오르는 캐피털힐 중턱에 아담히 서 있는 '커피케어 레스토랑'에 들르면 된다. 오븐에서 막 구워낸 프렌치롤과 고소한 향이 가득한 커피에선 쪽빛 맛이 난다.

사이판의 보물인 마나가하섬은 해양 스포츠 마니아의 로망이다. 스노클링으로 열대어의 화려한 군무를 눈앞에서 감상할수 있고,낚시대를 드리우고 상어를 노려볼 수 있고,낙하산처럼 생긴 풍선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패러세일링으로 바다를 질주할 수 있다.

만세절벽에서 활처럼 휘어진 깊고 푸른 남태평양 바다를 호령할 수 있고,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일본군 최후 사령부와 억울하게 끌려가 허무한 죽임을 당한 한국인 위령탑에서 탐욕이 초래한 참혹함을 반성할 수도 있다.

#태양을 향해 샷을 날려라

내쫓기듯 몰려다니는 골프에 짜증난 골퍼에게 사이판은 파라다이스다. 사이판은 27도 안팎으로 4계절 내내 쾌적하며 일교차가 세계에서 가장 적어 골프엔 최적이다. 습도는 70% 이상으로 약간 높은 편이지만 무역풍의 영향으로 불쾌지수가 높지는 않다. 한낮의 따가운 태양 아래 훅 지나가는 스콜은 말그대로 청량하다.

사이판의 대표적인 골프장으론 킹피셔 골프 링크스,코럴 오션 포인트와 라오라오 베이 골프 리조트를 꼽을 수 있다. 나홀로 라운딩이 가능하며 부부골퍼에겐 오붓한 금슬을,친구 사이엔 돈독한 우정을 무한정 서비스한다.
특히 사이판 동부지역에 위치한 라오라오 베이 골프 리조트는 호주의 골프스타 '백상어' 그렉 노먼이 설계한 곳으로 유명하다. 푸른색 동쪽 코스와 녹색 서쪽 코스 등 두개의 얼굴을 가진 라오라오 베이 골프 리조트는 36홀로 사이판과 괌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크다. 타포차우산을 향해 뻗다가 급작스레 태평양을 향해 휘어지는 동쪽 코스 중에서 파도가 넘실대는 20m 해안절벽 위에서 바다를 가로지는 티샷이 일품인 5,6번홀은 골퍼에게 감탄과 도전을 자극한다. 부드러운 굴곡과 넓은 페어웨이로 언뜻 쉬워보이는 서쪽 코스는 버뮤다 잔디 옆으로 열대지방 특유의 깊은 러프가 도사리고 있어 모험과 낭패 사이의 짜릿함을 즐길수 있다.

사이판=이병철 기자 heads@hankyung.com


■ 여행 TIP

사이판도 괌과 마찬가지로 대중교통 수단이 적다. 자유로운 개인여행을 하려면 차를 렌트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21세 이상이면 국제면허증 없이 한국 면허증만으로 렌터카를 빌릴 수 있다. 택시도 적어 길가에서 빈차를 잡는 건 거의 불가능.이용하고 싶으면 호텔 프런트에 부탁하는 게 편하다. 미터기가 없는 택시를 탈 경우 요금을 미리 정할것.

올해 10월부터 금연법이 시행되어 식당에서 흡연을 할 수 없다. 차를 타고 가다 담배꽁초를 무심코 버렸다간 상당한 벌금을 내야 한다. 식당과 백화점,그리고 편의점이 호텔 주변에 몰려 있어 쇼핑하기 쉽다. 다만 스파나 마사지를 받으러 나갈 경우 호객꾼은 조심할 것.자칫 정해진 요금보다 더 많은 돈을 팁으로 뜯길 수 있다. 밤에 혼자 돌아다녀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치안은 안정.비비항공여행사(02-319-4000,www.bbair.co.kr)가 사이판 관광 및 골프여행을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