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한 풀 꺾이면서 달러화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월가 외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당분간 미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고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고려하면 달러화 수요가 계속 약화될 것이란 분석입니다.특히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갈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경제는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경제 성장의 70%에 달하하는 소비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데요.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던 세계 불균형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습니다.달러 가치가 떨어져도 미국 정부가 다소 느긋한 이유입니다.게다가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미국 국채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미 재무부는 지난 8,9월 두 달 동안 월평균 1800억 달러 이상의 국채 경쟁입찰을 실시했습니다.그런데도 국내외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습니다.연방 정부는 올들어 9월까지 1조517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는데요.작년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국채 물량이 나왔지만 금리는 안정세를 보였습니다.외국 중앙은행 등 외국 투자가들도 상반기에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100억 달러의 미 국채를 샀습니다.

정작 다급해진 곳은 수출 비중이 높은 교역 상대국들인데요.한국을 비롯해 대만 필리핀 태국 등 수출 중심의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HSBC는 과거 글로벌 경상수지 불균형이 심화됐을 때 나타났던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미국의 저금리가 지속되면 신흥국은 통화가치 절상압력이 높아지고 결국 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미 국채 수요가 계속 증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외국 투자가들이 계속 미 국채를 매입하는 한 달러 약세를 당분간 용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미 경기 회복 속도 부양 정책 강도가 좌우

내년 미국 경제 회복 강도는 주식 시장 움직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데요.이날 전미 기업경제학회(NABE)는 내년 미국 경제가 연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4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인데요.기업들의 생산활동과 주택 시장 투자 회복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정책 변수가 적지 않습니다.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경기 회복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내년 미국경제가 운이 좋으면 2%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은행의 대출 기능이 약화된데다 가계의 자산손실로 소비위축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이유에서인데요.낮은 경제 성장을 전망하는 학자들은 오바마 정부가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재정 적자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큰데다 공화당도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추가 부양책 마련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입니다.때문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적어도 내년 말까지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