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사람들에게 부가적으로 내려지는 '벌'인 사회봉사가 이뤄지는 병원 등에서 사회봉사에 나선 이들이 자원봉사자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본지 탐사보도가 나간 11일 밤 10시30분께 기자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법무부 산하 서울보호관찰소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대뜸 '사회봉사명령제'에 관한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냐.책임질 수 있냐"고 따졌다. 기자는 "현장을 직접 취재해 쓴 기사"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취재원을 밝히라"고 기자를 추궁했다. "취재 윤리상 취재원을 밝힐 수는 없다"는 기자의 답변에 그는 "기사 때문에 법무부가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법무부에서 새벽 3시15분께 걸려온 부재 중 통화 내역이 또 찍혀 있었다.

12일 아침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명의의 해명자료가 날아왔다. 일부는 기사 내용을 인정한 반면 일부는 기사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기사에서 보도된 성추행 사례는 "밥을 한번 먹자"는 수준이었고 사기 사례는 "사회봉사 명령이 끝난 뒤 벌어진 일"로 모두 다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성추행 당한 이는 실제로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성적 모욕을 당했다고 한다. 결국 법무부는 보도 이후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할 뿐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은 셈이다.

법무부는 범죄인의 처벌과 교화를 위해 사회봉사명령제를 도입한 데 이어 벌금미납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둔 법무부로서는 보도내용에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밤중에 협력기관을 뒤져서 취재원을 찾아내고 문제를 봉합하는 데 급급한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모습을 보면서 "꼭 저래야 하는가"하는 안쓰러움마저 느껴졌다. 법무부는 기사의 일부 내용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의 건강검진이 이뤄지지 않아 노인과 아동 등을 보호하는 기관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했는데 예산상의 문제로 시행되지 못했으나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이처럼 잘못된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변화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