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1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을 찾았다. 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을 찾은 것은 2007년 3월 이상수 장관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모처럼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임 장관과 임 위원장은 악수를 하자마자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특히 임 위원장은 작심한듯 노동 현안에 대한 불만을 조목조목 쏟아냈다. 임 위원장은 "(임 장관의) 취임을 축하하는 덕담을 해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며 "계획적이든,우발적이든 정부가 공무원 노조와 전교조 죽이기의 연장선에서 노동 3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관은 명함만 노동부 장관으로 갖고 다니지 말라"며 "현재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노동부 장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임 장관은 "노동운동이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많다"며 "민주노총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단체인 만큼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또 "요구만 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양보할 것은 무엇인지,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노동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 · 전임자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임자 문제에 관한 노동부의 방침은 한번 싸워보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투쟁을 하자는 것이라면 자신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하지만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대를 표시하며 향후 대화 여지도 남겨뒀다.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요구만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며 "장관이 정치경력이 많은 만큼 서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 장관도 "민주노총은 폭넓은 의미에서 노동부의 고객이자 대화 상대"라며 "충분히 대화해서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부분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