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말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과거 '추격자' '모방자'에서 글로벌 산업질서를 주도적으로 재편하는 '주도자'로 면모를 일신했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가전 등 전통적인 강세 산업은 물론 2차전지나 풍력 등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녹색산업 분야에도 글로벌 산업질서 재편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업 경쟁력

삼성그룹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낙관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전기,코닝정밀유리,중공업,엔지니어링,화재,카드,테크윈 등 거의 모든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거나 근접한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그룹은 내다보고 있다.

삼성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자 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1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낼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4년 13조6000억원(그룹 전체)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15개 상장사와 생명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20개만을 대상으로 보수적으로 추산한 것으로 실제 순이익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 관계자는 "기존 사업 외에 전기차용 2차전지,바이오시밀러(복제약),로봇 등의 신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이를 위해 계열사 재편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도 도요타 등 해외 경쟁사들이 경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사이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81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은 6573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작년 2분기(6625억원) 수준을 달성했다. 기아차도 영업이익 3303억원이란 '깜짝'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률 7.1%는 2003년 4분기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다. 현대 · 기아차는 지난해 혼다를,올해는 포드를 제치며 도요타 GM 폭스바겐 르노-닛산에 이어 글로벌 5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 · 소형급 차종에서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제네시스 등의 고급차,하이브리드카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합병과 M&A로 시너지 높여라

LG그룹도 주력 계열사인 전자와 화학이 2분기까지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내는 등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휴대폰,TV,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이 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전자 업종에서는 전략적 R&D(연구개발)와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세계 2~3위 사업들을 1~2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추가 성장을 노린다는 게 LG 전자계열사들의 복안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통신 부문에서는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통신 계열사 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방침이다. LG그룹은 세 회사가 하나가 되면 대규모 전략적 투자가 가능하고 마케팅과 고객관리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사업은 LCD(액정표시장치)용 유리기판,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이다.

SK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녹색기술로 '그린 오션(Green Ocean)'을 뚫는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무공해 석탄 에너지,해양 바이오연료,태양전지 등 내년까지 7개 분야의 R&D 및 사업화에 총 1조원을 투자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SK의 또 다른 목표는 주력 사업의 글로벌화다. 4대 그룹 중 내수기업 성격이 가장 강했던 SK는 주요 사업군에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지속적인 성장을 노리기로 했다.

현대중공업,두산,한화,STX 등은 국내외 M&A를 통해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