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가의 금융거래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세금을 거둬 의료보험 및 금융감독 개혁 비용이나 경기부양 자금으로 사용하자는 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는 의보 개혁 소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걷자고 주장했다. 연방의회 의원들은 금융감독 개혁 비용으로,진보진영은 경기부양 자금으로 걷자는 움직임이다. 좌파 성향의 경제정책연구소는 거래액의 0.1~0.25%를 부과할 경우 연간 1000억~1500억달러의 세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소는 주식을 포함한 모든 금융거래에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신용카드 거래 등 소비자금융 거래는 제외키로 했다.

미 하원에서는 초기 단계지만 민주당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스티븐 린치 민주당 하원 의원은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이 새 정책 이행을 위해 세수를 걷는 모든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의회가 승인한 7000억달러의 금융권 구제금융 관련법에도 비슷한 개념의 조항이 삽입됐다.

자금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경우 대통령이 금융업계에서 충당할 수 있는 입법안을 제출토록 했다. 바니 프랭크 하원 재무위원장은 "내가 이를 제안한 의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면서 "영구적인 세금이 아니라 한시적 세금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거래세 아이디어는 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1970년대에도 제안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독일과 영국의 지지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를 검토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 공화당은 "자본시장을 질식케 해 미국민들의 일자리를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많은 경제학자들도 정책 차원의 금융거래세는 미 금융업계를 해외로 도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이라는 기어에 모래를 뿌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생자문위원회 의장도 "흥미롭지만 금융업계의 해외 탈출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