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의 중심에 서있었던 386세대들은 2009년 현재 한국 사회를 '갈등'과 '희망'이 혼재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20대 시절을 보냈던 1980년대와 비교해 한국의 가장 큰 발전상으로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글로벌 기업들의 배출을 꼽았다.

한국경제신문이 45주년 창간기념을 맞아 한경 동갑내기인 1964년생 사회 각계 인사 31명을 대상으로 '1964년생의 어제와 오늘,그리고 내일'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학생운동을 이끌며 사회변혁을 주도했던 이들 대부분은 대학 졸업 후 20년가량 지난 지금도 이념갈등 지역갈등 등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여전히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갖고 있었다. 가족 · 이웃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세대가 사회변화 이끌었다


1964년생 사회 명사들은 2009년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단어로 '희망'(29.6%)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갈등'이라는 응답(27.8%)도 적지 않았다. 정치 · 사회 · 문화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해 실망과 기대감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 다음은 '번영'(11.1%) '불평등(7.4%) '정체'(5.6%) 등의 순이었다. 1980년대 군부정권 하에서 대학생활을 보냈던 이들은 1980년대 중반의 한국사회를 '독재'(25.5%) '혼돈'(21.8%) '갈등'(21.8%)으로 회상했다. 이어 '과도(過渡)'(10.9%)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고,'번영'(5.5%) '희망'(5.5%)이라는 대답도 나왔다.

'지금의 한국사회 모습이 20대 시절에 꿈꿨던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61.3%가 '다른 모습'이라고 응답했다. '자유 · 민주 · 평등사회 등 자신들이 생각했던 사회와 비슷하다'고 답한 비율은 25.8%였다. '386세대들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변화시켰냐'는 설문에는 '보통' '매우'라는 답변이 70.9%를 차지,386세대 대부분이 사회변화 주축이 된 데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라고 답한 의견은 9.7%에 불과했다. 실패 원인에 대해서는 오만과 독선,지나친 이념화,식견 및 경험 부족 등을 꼽았다.

◆그래도 미래는 낙관적이다


설문에 응한 1964년생들의 절반 이상(51.5%)은 1980년대와 비교해 현재 한국사회의 비약적인 발전상으로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글로벌 기업의 배출'을 뽑았다. 민주주의 정착과 함께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며 빠르게 성장해 온 국내 대기업들의 경제적 뒷받침이 사회 변화를 이끈 주요한 핵심동력이 됐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18.2%),'참여 민주주의의 정착(15.2%)','정치적 안정'(9.1%),' 한류(韓流) 등 문화수출'(3%)이라는 답변도 나왔다.

10년 뒤 한국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5.9%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의 경제대국'을 뽑았다. '혈통주의가 희미해진 다문화사회'라는 답변도 35.1%나 돼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화에 따른 외국인들의 국내 유입으로 다문화가족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다.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정체된 산업사회'라는 기타 의견도 나왔다. '통일한국시대'와 '지역주의 갈등 해소'를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2.7%에 불과했다. 10년 뒤에도 남북 분단 상황과 지역갈등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날카로운 비판의식은 살아있다


한경 동갑내기들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빈부갈등'(38.7%)과 '좌 · 우 이념갈등'(38.7%)을 꼽았다. '통일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 9.6%, '노사갈등'과 '영호남 간의 지역갈등'이 각각 6.5%로 나타났다.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을 서둘러 극복하고 남북 문제를 놓고 분열된 국론을 한 데 모으는 한편 해묵은 노사 · 지역 간 대립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 사회의 향후 잠재적인 불안요인에 대해서는 '고령화'(29%)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출산율 저하와 의료산업 발달로 인한 고령인구 증가가 향후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양극화(25.8%),남북 대치정국(22.6%),실업문제(19.6%) 등의 문제점도 골고루 제기했다.

이정호/장창민 기자 dolph@hankyung.com

설문 응답자 명단(총31명)

<기업인>△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영 대표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어진 안국약품 사장 △이승한 넥슨모바일 대표 △이판정 넷피아 닷컴 대표

<정치인>△강기정 민주당 의원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

<법조인>△이건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임성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임채웅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정승원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노경식 김앤장 변호사 △노대균 김앤장 변호사 △박금섭 광장 변호사 △오창석 광장 변호사 △윤여균 광장 변호사 △신흥철 광장 변호사 △이백규 김앤장 변호사 △이승호 김앤장 변호사 △장찬익 광장 변호사 △정진영 광장 변호사 △지영철 광장 변호사 △최정열 율촌 변호사

<학계 · 기타>△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 △서종은 행복한의원 원장

(가나다 순 · 총 3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