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극 '밥줘'에 대해 시청자 맹비난

30~40대의 처첩이 한집에 살고, 처가 돈을 노리고 남편과 첩의 잠자리에 자리끼를 갖다준다.

여기에 30여 년을 싱글인 줄 알고 살던 훈남 앞에는 어느 날 갑자기 딸이 나타나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던 처의 언니와 첩은 돈 때문에 한통속이 된다.

이런 것이 2009년의 이야기라면?
종영을 2주 앞둔 MBC TV 일일극 '밥줘'의 스토리가 갈수록 어처구니없이 전개되고 있다.

부부 강간, 정부의 악행, 외도하면서도 뻔뻔한 남편 등으로 일찌감치 '막장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밥줘'는 시간이 갈수록 더 극악무도해지고 있다.

특히 아무리 재산 분할이라는 목적이 있다지만 주인공 영란(하희라 분)이 남편 선우(김성민)와 그의 정부인 화진(최수린)의 관계를 인정하고 그들과 한집에 사는 설정은 컬트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구조다.

영란이 선우와 화진이 나란히 누워있는 침실에 들어가 침묵의 시위를 하고, 그런 영란을 선우와 화진은 투명인간 대하듯 하거나, 영란의 언니 영심(김혜선)이 한때는 동생의 행복을 빼앗았다며 두들겨 팼던 화진과 어느새 친해져서 영란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는 등의 내용은 자극적인 것을 넘어 도무지 이해불가능하다.

이러한 내용이 오후 8시대 가족 시청 시간대에 버젓이 지상파 TV에서 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밥줘'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당신이 부모라면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마시길 바랍니다'(최은주), '밥줘? 이런걸 만들고도 밥이 넘어갑니까?'(오민교), '막장 드라마의 진수군요'(채수미), '사는게 장난이지? 드라마가 장난이지?, 방송이 장난이지?'(박수경) 등 맹폭격이 이뤄지고 있다.

'아내의 유혹', '조강지처클럽', '너는 내 운명' 등 지금껏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은 문제작들은 논란과 비난 속에서도 시청률이 높아 '욕하면서도 본다'는 말을 낳았다.

그러나 역대 최고 막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밥줘'는 시청률에서도 경쟁작에 밀리는 등 별로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8일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밥줘'는 전날 시청률 16.2%를 기록해, 같은 시간 방송되는 KBS 1TV 일일극 '다 함께 차차차'의 20.7%에 뒤졌다.

이 같은 시청률 구도는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밥줘'의 스토리가 애정은 잃은 채 가면을 쓰고 사는 현대 사회 부부의 모습을 꼬집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런 메시지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일관성과 설득력을 잃어버림으로써 괴상망측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한국여성민우회 모니터분과 권지현 분과장은 "드라마 내용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고, 중구난방이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을 흡입하는 힘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 분과장은 "무엇보다 주인공 아이들에게 그런 부모의 모습들이 어떻게 비칠지 우려스럽고, 절대로 건강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과거 가부장시대에나 존재했던 처첩의 한집살이는 요즘 시대에는 감정적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실제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