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함께 개별 미디어의 광고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교차판매'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교차판매가 가능해지면 미디어렙이 지상파방송의 광고뿐만 아니라 케이블TV,위성방송,IPTV와 같은 뉴미디어 광고,나아가서는 신문과 잡지 광고를 결합해 판매할 수 있다. 다양한 유형의 광고를'결합상품'형태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광고주는'미디어 믹스'전략을 통해 자사의 상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동시에'결합상품'을 사는 조건으로 일정수준 광고료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교차판매를 통해 광고 상품구성이 원활해지면 광고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기업들이 홍보비용 중 일부를 미디어 광고시장으로 돌릴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전체 미디어 광고시장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교차판매로 광고효과 증진과 시장 확대의 긍정적인 효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 상품구성에서 영향력이 큰 매체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만 그렇지 못한 매체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독자적으로 광고영업을 해온 케이블TV 등 유료방송과 신문들은 기업광고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광고판매 과정에서 지상파방송 광고에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교차판매는 광고판매를 시장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영향력이 큰 매체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제도이다. 지상파방송은 광고상품구성에서 케이블TV,신문과 같은 여타의 미디어를 고려하기보다는 자사 계열PP(채널사용사업자)들,DMB와 같은 미디어들과의 결합상품 판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지만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방송,종교방송,공공채널들은 광고판매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교차판매로 방송광고의 80%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으로의 광고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지상파방송은 이미 유료방송시장에서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계열PP 등과 결합판매를 통해 더욱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지상파방송이 미디어렙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광고단가를 인상할 경우 전체 광고시장에서의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교차판매는 미디어 간 광고판매의 공평한 기회제공에도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지상파방송이 지배주주로 참여하는 미디어렙은 케이블TV와 같은 여타 미디어의 광고를 판매할 수 있지만,그렇지 않은 미디어렙은 지상파방송 광고를 판매할 수 없다. 미디어렙의 지배주주 구성 형태에 따라 구조적인 불공정 경쟁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동안 방송광고 판매시장은 경직된 구조를 갖고 있어 자율화를 통해 시장의 유연성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기능의 확대를 통해 미디어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민영미디어렙의 도입과정에서 교차판매의 허용은 정책기관의 신중한 접근과 판단이 필요하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초기의 광고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차원에서 교차판매 허용문제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방송광고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 본 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지배적인 사업자가 광고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시장구조가 왜곡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제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
주정민 < 전남대 교수ㆍ방송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