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공부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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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경제학자 알레산드로 시그노는 부모들의 자녀 교육 방식을 평가하는 '양 · 질(量 · 質) 모델'을 만들었다. 양은 자녀수이고 질은 자녀의 교육수준이다. 부모는 제한된 예산 내에서 양과 질을 조정한다. 교육을 통해 자녀의 미래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양보다 질을 선택한다. 자식을 적게 낳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반대로 공부 외에도 성공할 대안이 있는 경우 교육 지출을 줄이고 자식을 더 낳아 기르게 된다.
이 모델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는 교육의 질에 집중하는 사회다.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을 한두 명만 낳아서 남부럽지 않게 키우는 데 올인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물불 안가리고 자녀 교육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각종 학원으로 내몰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십군데를 거쳐가는 게 보통이다. 사교육이 급팽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08 사교육 공급자 실태'에 따르면 초 · 중 · 고교생 대상 사교육 강사가 무려 49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 · 중 · 고 교사 39만5000명이나 전자 · 컴퓨터 업계 종사자 37만7000명보다 10만명 이상이나 많다. 여기에 유치원 · 재수생 · 일반인 상대 학원강사를 합치면 51만8000명,신고하지 않은 과외 교습자와 학원 관리인력까지 더하면 6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그런데도 객관적 실력은 이 같은 교육열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국제영어인증시험인 IELTS의 주관사가 지난해 40개국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이민 · 직업연수용 시험(GTM)에서 39위에 그쳤다. 중국 26위,일본 34위보다 처진다. OECD의 2006년 국제학업성취도 수학부문 평가에서도 우리 학생들의 평균성적을 공부에 투입한 시간 수로 나눈 '공부 효율'은 세계 48위였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주입식 수업에 익숙하다 보니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처진다는 점이다. 뛰어난 성적으로 외국 유명대학에 입학한 우리 학생중 상당수가 적응에 실패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초 · 중 · 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혼자 공부하면 불안감을 느끼거나 공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낮에는 학교에서,밤에는 학원에서 죽어라 공부를 하지만 별 효과를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이 모델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는 교육의 질에 집중하는 사회다.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을 한두 명만 낳아서 남부럽지 않게 키우는 데 올인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물불 안가리고 자녀 교육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각종 학원으로 내몰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십군데를 거쳐가는 게 보통이다. 사교육이 급팽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08 사교육 공급자 실태'에 따르면 초 · 중 · 고교생 대상 사교육 강사가 무려 49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 · 중 · 고 교사 39만5000명이나 전자 · 컴퓨터 업계 종사자 37만7000명보다 10만명 이상이나 많다. 여기에 유치원 · 재수생 · 일반인 상대 학원강사를 합치면 51만8000명,신고하지 않은 과외 교습자와 학원 관리인력까지 더하면 6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그런데도 객관적 실력은 이 같은 교육열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국제영어인증시험인 IELTS의 주관사가 지난해 40개국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이민 · 직업연수용 시험(GTM)에서 39위에 그쳤다. 중국 26위,일본 34위보다 처진다. OECD의 2006년 국제학업성취도 수학부문 평가에서도 우리 학생들의 평균성적을 공부에 투입한 시간 수로 나눈 '공부 효율'은 세계 48위였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주입식 수업에 익숙하다 보니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처진다는 점이다. 뛰어난 성적으로 외국 유명대학에 입학한 우리 학생중 상당수가 적응에 실패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초 · 중 · 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혼자 공부하면 불안감을 느끼거나 공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낮에는 학교에서,밤에는 학원에서 죽어라 공부를 하지만 별 효과를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