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누가 오바마를 '초짜'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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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였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버락 오바마가 새벽에 깨어 긴급전화를 받을 수 있을까"라고 깎아내렸다. 퍼스트 레이디를 지낸 자신과 달리 외교분야 경험이 없는 오바마를 조롱했다. 대선 TV토론 과정에서는 외교 · 군사분야 전문가인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이해를 못하고 있을까봐' 등의 표현으로 오바마의 기를 죽였다.
오바마 후보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험이나 능력이 뛰어나다고 검증된 것도 아니었다. 매케인에 비해 경제를 더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정도였다. 경제를 망쳐놨다고 비판받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반사이익도 얻었다. 오바마가 자유무역보다 공정무역을 주창할 때는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백기사처럼 비쳐졌다.
오바마의 '초짜' 이미지는 지난 24~25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사라졌다. 경제위기 진원지인 미국은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한 워싱턴 1차 정상회의와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런던 2차 정상회의를 통해 줄곧 수세적인 저자세로 임했다.
피츠버그에서는 딴판이었다. 오바마는 세계경제 질서를 바꾸겠다고 선수를 쳤다.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협력체제'를 제안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에 제품을 대량 수출해 무역흑자를 늘려온 중국 일본 독일 등 수출주도형 국가들이 내수시장을 확대해 세계 소비시장 역할을 분담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한해 1조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 더 이상 세계를 먹여살릴 수 없다고도 했다.
세계경제가 누이 좋고,매부 좋게 성장해야 한다는 선의에 누가 반대할까. 그동안의 미국 공로를 누가 인정하지 않을까. 못내 찜찜한 점은 오바마의 의도다. '중국을 비롯한 대미 무역흑자국들이 미국에서 벌어들여 생긴 유동성(달러) 과잉을 미 국채 등에 다시 투자해 금리 인하를 부추겼다. 저금리는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을 부채질해 위기가 발생했다'는 식의 주장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위기의 책임을 눈깜짝할 새 무역 상대국으로 전가하는 놀라운 솜씨 같다.
한층 우려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안의 핵심을 애써 무시한 채 공정무역과 균형성장론을 사방으로 들이대는 기조로 흐르지 않을지다. 중국 일본 독일산 제품을 막는다고 균형성장이 저절로 달성될 리는 만무하다. 값이 싸고 질이 우수한 외국제품을 거부하도록 미국 소비자들의 자유선택까지 막을 권한은 그에게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를 한 해 고작 7000대 사주고 미국에는 한국산 자동차를 70만대나 내다판다며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해왔다. 최근 미 정부가 완료한 한 · 미 FTA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오바마와 같은 관점에서 양국 간 자동차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쌍용차의 파업을 해산한 것은 노조 탄압이며 불공정하다고 한 · 미 FTA 재협상 요구 근거로 꼽았다.
오바마가 각국과의 경제안보 게임판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자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튼실히 살려내는 게 우선이다. 진정한 고수로 인정받아야지 포퓰리스트적 공정무역 · 균형성장론을 앞세운 '타짜'여선 곤란하다.
워싱턴=김홍열 comeon@hankyung.com
오바마 후보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험이나 능력이 뛰어나다고 검증된 것도 아니었다. 매케인에 비해 경제를 더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정도였다. 경제를 망쳐놨다고 비판받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반사이익도 얻었다. 오바마가 자유무역보다 공정무역을 주창할 때는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백기사처럼 비쳐졌다.
오바마의 '초짜' 이미지는 지난 24~25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사라졌다. 경제위기 진원지인 미국은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한 워싱턴 1차 정상회의와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런던 2차 정상회의를 통해 줄곧 수세적인 저자세로 임했다.
피츠버그에서는 딴판이었다. 오바마는 세계경제 질서를 바꾸겠다고 선수를 쳤다.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협력체제'를 제안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에 제품을 대량 수출해 무역흑자를 늘려온 중국 일본 독일 등 수출주도형 국가들이 내수시장을 확대해 세계 소비시장 역할을 분담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한해 1조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 더 이상 세계를 먹여살릴 수 없다고도 했다.
세계경제가 누이 좋고,매부 좋게 성장해야 한다는 선의에 누가 반대할까. 그동안의 미국 공로를 누가 인정하지 않을까. 못내 찜찜한 점은 오바마의 의도다. '중국을 비롯한 대미 무역흑자국들이 미국에서 벌어들여 생긴 유동성(달러) 과잉을 미 국채 등에 다시 투자해 금리 인하를 부추겼다. 저금리는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을 부채질해 위기가 발생했다'는 식의 주장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위기의 책임을 눈깜짝할 새 무역 상대국으로 전가하는 놀라운 솜씨 같다.
한층 우려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안의 핵심을 애써 무시한 채 공정무역과 균형성장론을 사방으로 들이대는 기조로 흐르지 않을지다. 중국 일본 독일산 제품을 막는다고 균형성장이 저절로 달성될 리는 만무하다. 값이 싸고 질이 우수한 외국제품을 거부하도록 미국 소비자들의 자유선택까지 막을 권한은 그에게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를 한 해 고작 7000대 사주고 미국에는 한국산 자동차를 70만대나 내다판다며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해왔다. 최근 미 정부가 완료한 한 · 미 FTA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오바마와 같은 관점에서 양국 간 자동차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쌍용차의 파업을 해산한 것은 노조 탄압이며 불공정하다고 한 · 미 FTA 재협상 요구 근거로 꼽았다.
오바마가 각국과의 경제안보 게임판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자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튼실히 살려내는 게 우선이다. 진정한 고수로 인정받아야지 포퓰리스트적 공정무역 · 균형성장론을 앞세운 '타짜'여선 곤란하다.
워싱턴=김홍열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