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통합 전공노 · 민공노 · 법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999년 합법성을 인정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보여준 투쟁지향성,정치지향성으로 인해 일반 국민은 물론 노동운동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줘 왔다.

노동현장과 괴리된 민주노총의 투쟁 지향적 행태는 민주노총 주도로 이뤄진 지난 여름 쌍용자동차 파업사태에서 잘 나타난다.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금속노조 주도로 노조는 공장을 77일간 불법으로 점거했고,파업 종료 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은 현장 근로자들의 이익을 외면하고 정치 구호만을 외치는 민주노총에 환멸을 느껴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노사현장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노조나 근로자들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임금을 동결 혹은 삭감하고 노사협력 선언을 하는 사례가 대폭적으로 늘었다. 8월 말 현재 올해 협력선언을 한 노사의 사례는 28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50건보다 83% 증가했다.

특히 노조가 있는 기업이,대기업 노조가 더욱 변화를 추구하고 있어 노조가 있는 기업,대기업에서 양보교섭을 하거나 협력선언을 한 사례가 더 많다. 공기업 노조들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조합원 총회에서 전 직원의 임금을 6.8%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념투쟁,정치투쟁에 빠져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계파간 싸움으로 노동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노조와 노조원이 올해만 20여개,3만5000명이 넘었다.

지난 21일자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 민주노총을 탈퇴한 한 노조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7~9월은 민주노총의 파업지침을 하달받느라 바빴지만 올해는 조합원 복지 현안을 챙길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노사현장에서 노사협력이 확산되고 KT노조,인천지하철노조 등 민주노총 핵심사업장의 노조들이 실용주의를 표방해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등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은 새로운 변화의 바람에 민주노총도 이념지향적 정치투쟁 노선을 버리고 동참했으면 하는 것이 모든 국민들의 바람이다.

지난 24일 치러진 우리나라의 대표적 강성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 선거에서도 15년 만에 정치투쟁을 지양하는 실리 온건 노선의 지부장이 당선되는 등 노동운동 흐름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법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노조가 정치투쟁에 몰두하고 있는 민주노총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민들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전공노는 공무원노조가 인정되지 않았던 2002년 설립돼 노동3권의 완전보장을 요구하며 2004년 연가투쟁을 벌여 정부는 투쟁에 참가한 442명을 파면 또는 해임하는 등 2600여명을 징계했다. 그 당시 해직된 노조원들이 현재 전공노의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공무원의 11% 정도만을 대표하는 전공노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구조조정 등 공공부문의 선진화를 저지하는데 앞장서고 그 과정에서 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는 사태가 오는 것을 국민은 매우 우려한다.

통합전공노는 이념투쟁에 몰두하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제까지의 행태를 버려야 한다.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민주노총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가져오는 기폭제가 돼야 한다. 전공노가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면 전공노 소속 공무원노조원들은 결국 쌍용자동차 노조원,KT 노조원들과 같이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결정을 할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ㆍ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