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재개발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다세대,다가구,연립 등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은 최근 강화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상대적인 수혜가 예상됐으나 이는 한강변 등 일부 재개발 지역에 국한되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시가 올해 초 전략정비구역과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한 마포구 합정지구나 광진구 구의 · 자양지구 등의 경우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지분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밖의 지역들은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분값이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퍼져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27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마포구 합정동 일대는 신축 다세대 주택 가격이 현재 3.3㎡당 4500만원 선으로 올해 초(3.3㎡당 3800만원)에 비해 700만원가량 올랐다. 노후화된 주택도 3500만원대에서 현재 4000만원까지 3.3㎡당 500만원가량 오른 가운데 강세다.

합정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DTI 규제를 피해 갈 곳을 찾는 자금이 대체로 한강변 일대 재개발 구역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특히 합정지구는 인근 균형발전촉진지구와 망원 유도정비구역이 인접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저가 매물은 상당수 소진돼 호가 중심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 같은 상승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인근 신수동 일대 지분 가격도 3.3㎡당 최소 3000만원은 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광진구 구의 · 자양동 일대 역시 신축 빌라를 기준으로 현재 가격이 3.3㎡당 3500만~3600만원에 달한다. 올해 초에 비해 최고 700만원 정도 뛴 가격이다. 자양동에서 영업 중인 B공인 관계자는 "서울시가 역점 추진 중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 각종 호재로 한강변 일대가 최고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략정비구역과 유도정비구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개발 지역은 사업 추진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분 가격도 답보상태에 빠졌다.

현재 이주 · 철거 단계에서 조합장이 구속돼 사업이 지지부진한 마포구 아현3구역의 경우 전용 면적 85㎡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재개발 지분 가격이 4억~4억5000만원(권리가액+프리미엄)으로 올 4~5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추가분담금(2억원 안팎)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높아져 프리미엄도 조금씩 빠지고 있다. 아현동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조합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이후 사업 추진이 덜컹거리면서 추가분담금이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 많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 재건축 전문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J테크의 정현조 차장은 "한강변 일대의 전략정비구역과 유도정비구역은 서울시의 사업의지가 강해 상대적으로 추진 속도가 빠른 편"며 "최근 DTI규제 강화에 따른 수혜를 이들 지역이 독차지하면서 당분간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