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우리금융, 숱한 인사 실험에 경쟁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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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수혈에도 홀로 못서는 '공룡'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금융권 최대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월 한일 ·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을 주축으로 경남,광주은행,우리투자증권 등 11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2위의 거대 금융그룹이다. 하지만 10년 넘는 기간 동안 정부가 대주주로 군림하면서 경영 자율성이 훼손돼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숱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급기야 파생상품 투자로 2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고 자본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돼 지난 3월 정부가 조성한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1조3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았다. 사실상 4번째 공적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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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대상이 된 은행경영체제
우리금융 출범 후 지금까지 정부는 모두 5차례에 걸쳐 회장 및 행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다. 평균 재임 기간이 2년 남짓에 불과하다. 수시로 지주사 회장,우리은행장이 바뀌는 구조에서는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이나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없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떼어놓았다가 다시 합치고,이를 다시 분리하는 등 지배구조마저 수시로 바꿨다.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는 시스템에서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문제였고,회장과 행장이 나뉜 시스템에서는 회장과 행장 간 갈등 및 반목으로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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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의 시어머니는 한둘이 아니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예금보험공사,금융감독원 등 수많은 상전들 등쌀에 시달리느라 책임 경영이 거의 불가능하다. 경영관리를 맡고 있는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분기별로 사전에 체결한 경영목표를 점검받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시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대주주여서 감사원 정기감사도 빠짐없이 받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1년내내 코에 걸면 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감사에 시달리다보니 자율경영은 말 그대로 요원한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이러한 지배구조로 인해 경영진이 자기 책임 아래 소신있게 은행을 운영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일례로 우리금융은 최근 세계적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억달러를 투자하려 했지만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손실 건으로 시끄러워서 시기상 좋지 않다"며 제동을 거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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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회사의 지난 8월 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11.8%,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비율은 7.6%다. KB금융의 12.69%,8.96%와 비교할 때 크게 낮은 편이다.
기본자본비율의 경우 금융감독원 권고치가 7%인 점을 감안하면 여유가 별로 없다. 제2차 금융위기가 올 경우 또다시 건전성 문제가 대두될 공산이 크다. KB금융이 1조원을 증자하는 등 다른 금융지주회사들이 너도나도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건전성 비율이 떨어지는 우리금융이 가만히 있으면 시장의 의심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은 계열사 관리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신(新)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지주사 지분율을 35%에서 50%로 끌어올리기 위해 5000억원가량의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캐피탈과 우리파이낸셜,우리아비바생명도 사업 확대나 지급여력비율 제고를 위해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7000억원의 증자자금을 포함,당장 1조원이 필요하지만 지주사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외부차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에서는 금융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미 30%를 초과한 상태여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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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고위 인사는 "우리금융그룹의 경영 실패는 이전 정부의 자리 욕심과 관료들의 보신주의,자기 임기만 적당히 채우고 넘어가면 된다는 경영진의 무사안일,금융당국의 감독 소홀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며 "그 결과 은행의 경쟁력만 낙후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심기/김인식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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