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노조가 '노조의 사회적 책무(USR)'를 실현할 것을 새로운 노동운동의 테마로 채택했다는 소식이다. 무리하게 파업에 나서거나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대신 지역봉사활동, 하청업체에 대한 기술지원, 생산활동 혁신(革新) 등에 적극 나서 기업과 지역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며 함께 발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참신한 발상이다. 많은 대기업 노조들이 회사야 어찌되건, 나라야 어찌되건 내 잇속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집단이기주의에 물들어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노동운동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박준수 노조위원장은 "노동운동도 이제 사회 흐름에 맞게 혁신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USR 실현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LG전자노조는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에 대한 봉사활동, 파업 자제를 통한 산업평화 확립, 환경보호 활동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USR헌장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 실천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선택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노(勞)와 사(社)가 한몸이 돼 상생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회사 차원의 인식을 넘어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또한 더불어 살아야 할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는 까닭이다.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회사측과 끊임없이 밀고당겨야 하는 게 바로 노조의 입장이고 보면 이렇게까지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이 대부분 사측의 주도로 이뤄졌던 점을 감안할 때 노동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특히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해 온 최대 원인이 바로 후진적 노사관계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도 대단히 크다. 노사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회사와 협력업체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면 결국 노조와 조합원들의 이익 증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와 근로조건 등 막대한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파업과 강경투쟁을 반복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노조들은 물론, 대부분 국민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지게 민노총 가입을 통해 정치활동에 나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공무원노조 등은 이번 LG전자노조의 사례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