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을 돕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2조원의 자금을 풀 계획입니다. 내년 상반기부터 담보나 보증 없이 최대 5천만 원을 빌려 쓸 수 있는데요. 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승필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정부가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서민금융지원 대책을 확정했습니다. 이른바 미소금융사업인데요. 앞으로 10년 동안 2조 원을 담보나 보증 없이 빌려주겠다는 겁니다. 1인당 최대 5천만 원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나랏돈이 아닌 기업의 기부금 등 민간자금으로 채울 계획입니다. 또 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 수행 기관을 전국적으로 200~300여개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대대적인 지원대책인 것 같은데요. 정부가 서민 금융지원에 적극적인 이유가 뭔가요?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양극화가 심해져 저소득층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한번 저소득층이 되면 탈출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입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외환위기 이후에 10년 간 양극화가 심화돼서 중간층이 엷어지고 저소득층으로 몰락한 서민층이 증가했다. 특히 자활의지가 있으나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층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 돈이 풀리나요? 정부는 모두 6개 분야로 나눠서 돈을 풀 방침인데요. 영사세업자와 전통시장 상인의 운영자금과 임차보증금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밖에도 자활추진단체와 정부가 선정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합니다. 그렇다면 대출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담보나 보증이 필요 없는 대신 이자가 높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금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정부는 시장금리보다 2~3% 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할 방침입니다. 지원항목마다 한도는 다르지만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천만 원입니다. 자활추진단체와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1억 원까지입니다. 대출금은 5년에 걸쳐 나눠 갚으면 됩니다. 이 돈은 언제부터 빌릴 수 있습니까? 지원혜택은 내년 상반기 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시행 준비를 마치고 12월부터 사업 시행기관을 순차적으로 설립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사업 시행기관이 설립된 이후부터 신청이 가능하니까 내년 상반기부터 금융지원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내년부터 서민들이 수 천만 원을 은행보다 싼 이자로 빌릴 수 있다는 건데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제도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는 20~25만 가구 이상의 저소득층이 미소금융사업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이 저소득층 자립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소액대출 제도는 개발도상국에서 시행됐던 겁니다. 지난 1976년 방글라데시에서 유누스 교수가 만든 그라민은행이 효시라 할 수 있는데요. 당시 유누스 교수는 빈민들에게 1백 달러를 지원했는데 이 돈이 가난을 벗어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그 결과 자금 회수율이 98%에 달했습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와 남미 등에서 서민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이 성공을 거뒀습니다. 개발도상국은 각종 산업이 아직 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라 경쟁도 치열하지 않고 새로 개척할 분야가 많습니다. 그만큼 서민들이 창업에 성공할 여지가 많아 소액대출이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성공한 정책이라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 쉽게 말해 비집고 들어갈 틈새시장이 많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은 데다 어떤 분야든지 경쟁이 치열해 자리잡기가 그 만큼 어렵습니다. 단순히 돈이 없어 서민들이 자립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개발하고 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 등 부수적인 지원대책도 뒤따라야 할 걸로 보입니다. 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이승필기자 sp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