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사 본래 모습…물레질…"옛 풍물 DVD로 보세요"
턱수염을 길게 기른 채 조랑말을 탄 선교사와 등짐을 지고 함께 가는 한국인 신자,양지바른 마당에 모여 물레를 돌리는 아낙네들,돌담 앞의 너럭바위에 힘차게 떡메를 치고 있는 일가족,초가집 · 기와집 · 서양식 3층 건물이 함께 보이는 서울 혜화동수도원,성문과 성루가 늠름한 동소문….

채 10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볼 수 없는 이런 모습들이 DVD로 생생하게 복원됐다. 독일 성베네딕도회 오틸리엔연합회 총아빠스(대수도원장)였던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1870~1956년)가 1925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풍물과 선교활동 모습 등을 찍은 35㎜ 기록영화를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아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라는 DVD로 출시한 것.

베버 신부는 1911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기록을 4년 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라는 책으로 출간했고 1927년 두 번째 방문 기간에는 이 책의 내용을 따라 조선의 풍물을 영상에 담은 흑백 무성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책과 같은 이름으로 뮌헨 민속박물관 등 남부 독일의 100여개 극장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베버 신부가 찍은 영상은 필름 길이가 1만5000m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으로 1911년 안중근 의사가 처형된 직후 안 의사 일가의 사진,6 · 25 때 완전히 파괴된 금강산 장안사와 1920년대에 파괴된 동소문의 원래 모습을 비롯해 한국의 민속과 장례,공예,농업,수공업,명절,종교행사 등 다양한 풍물을 담았다. 또 남자수도회로는 처음 한국에 진출한 베네딕도회의 선교지역인 서울,원산,연길 지역의 선교 활동 모습도 기록했다.

베버 신부는 두 번째 방문 때 겸재 정선의 화첩도 수집해 갔으며 이 화첩은 2005년 영구임대 형식으로 한국으로 반환돼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소장돼 있다.

이 기록영화는 세계 제2차대전 중 독일 베네딕도회가 나치에 점령됐을 때 한 수도자가 다른 귀중품들과 함께 수도원 지하에 숨겨놓은 것을 1975년 지하실 공사를 하면서 우연히 발견해 빛을 보게 됐다.

베네딕도 미디어(www.benedictmedia.co.kr)가 복원 · 출시한 DVD는 118분짜리 원본 무성영화 1장과 해설 · 음악을 곁들인 67분짜리 1장 등 모두 2장으로 구성돼 있다.

무성영화 DVD는 해설도,음악도 없이 장면 사이에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는 자막만 간혹 나온다. 베버 신부가 만든 원본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독일어 자막과 함께 우리말 자막만 추가했다.

해설본 DVD는 영화 '고요한 아침의 나라' 가운데 중요 장면을 간추리고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초기의 사진들을 더해 해설과 음악을 곁들인 편집본이다. 베버 신부의 책을 바탕으로 해설한 이 DVD는 영화 장면에 대한 설명과 함께 베버 신부의 선교 업적,그가 한국에 대해 지녔던 존경과 사랑을 잘 전해준다.

장안사 본래 모습…물레질…"옛 풍물 DVD로 보세요"
DVD를 만든 임 세바스찬 신부(한국명 임인덕 · 사진)는 "1920년대 한국의 풍물을 놀라울 정도로 자세히 담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작품이며 초기 선교사들의 활동을 더듬어 볼 수 있어 교회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만원.(054)971-0630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