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데 따라 원.달러 환율 1,200원선이 연내 깨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출 감소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경제연구소들이 일제히 연말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작년 말과 올해 중반까지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물론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이 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엔화 강세까지 마무리되고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우리 경제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원화가치 상승 중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말 1,248.90 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에는 1,218.50 원으로 보름 만에 30원 이상 내렸다.

전문가들은 연말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더욱 하락해서 1,000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는 1,100원대 후반으로 마감하고, 내년 평균은 1,130원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내년 중에 1,100원대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글로벌시장에서 달러가 약세로 가는 추세인 데다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과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원화는 강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환율 전망을 토대로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LG전자는 환율 전망치를 3분기 1,200원대, 4분기 1,100원대로 잡고 있다.

무역협회 원종현 연구위원은 "개인적으로 연말 수치를 1,170~1,180원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대부분 올해 4분기에 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IB는 내년 연말에 1,000원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하고 있다.

◇ 환율 하락..성장률 하락 요인
원화가치 상승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우리나라와 교역이 많은 19개 국가와 무역 가중치, 물가 등을 고려해 추정한 적정 환율 수준)으로 봤을 때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GDP는 0.3~0.4% 떨어지고 경상수지는 20억~40억 달러 내외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KDI는 실질실효환율이 5% 하락하면 물가(-0.29%포인트)와 성장률(-0.10%포인트)은 내려가고 경상수지(-88억7천만달러)는 악화되지만 총투자(1.82%포인트)와 민간소비(0.72%포인트)는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는 실질실효환율이므로 지금과 같이 원화가치와 엔화가치가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더라도 실질실효환율은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금융연구원의 장 연구위원은 "원화 강세 시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소비 등 내수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지난해와 같이 급변동하지 않으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 부장은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성장률에는 악영향을 미치지만 완만하게 하락하면 경기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기업 부담 커진다
원화가치 상승은 수입업체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수출기업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대증권은 원화가치가 10원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되면 주요 수출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0% 감소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2%, 6.1%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수홍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세전이익을 기준으로 할 때 원화가치가 10원 절상되면 기아차와 현대자동차의 세전이익은 각각 330억원, 44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엔화 움직임도 수출 기업들에는 변수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지금은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상승하긴 하지만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 상승이 더 가팔라서 충격이 덜하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지만, 원.엔 환율은 더 직접적으로 수출 증가율에 영향을 준다"며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급락했지만 하토야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엔화 강세를 더는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내년 중에는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원화 강세와 함께 일본 엔화 약세가 나타나면서 작년부터 있었던 환율 부문에서 한일 간 경쟁력 우위가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LG전자도 "결제통화가 37개에 달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은 미미하다"며 "다만 원화 강세로 인해 일본 등 경쟁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최윤정 최현석 홍정규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