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nothing，say nothing，be nothing.(아무것도 하지 말고，아무것도 말하지 말며，아무것도 되지 말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을 질책하며 영어로 한 말이다. 미국 저술가 허버드의 말 중 'To avoid criticism(비평을 피하려면)'을 잘라내 버린 채 인용한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 전 대통령이 사용한 정치구호였다. 이 말은'United we stand，divided we fall'의 번역으로 그 기원이 그리스 우화작가인 이솝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듯 이 전 대통령은 영어가 몸에 배어 있었다.

이 전대통령은 1895년 배재학당에 입학,2년 동안 아펜젤러 등에게 영어를 배웠고 고종황제 폐위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한성감옥에 투옥되었다. 5년 7개월의 옥중생활에서 영어문장과 일영사전을 외웠으며，기초영문법 등을 번역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48세 때부터 영어공부에 도전한 늦깎이였다. 1982년 12월부터 2년여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ABC와 NBC 등 TV와 라디오에 출연해 영어로 대담했다. 76년과 80년，두 번에 걸친 5년간의 옥중 생활이 영어실력을 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승만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영어 도전에 관한 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감옥에서 독학했다는 점이다. 감옥에는 원어민이 없어 회화를 연습하지도 않았다. 있는 것은 단 하나，책이었다. 그들은 영어공부 텍스트로 명문을 사용했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선비는 한문으로 된 고전을 암송했다. 이 전 대통령도 한문서적을 암송했다. 그 방법 그대로 성경과 명문장을 암송했다. 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희의 독서삼도(讀書三到)，눈으로 보는 안도(眼到)，입으로 읽는 구도(口到)，마음으로 새기는 심도(心到)도 같은 방법이다. 그림자처럼 모델의 음성을 듣고 똑같은 속도로 따라 하는 학습방법이다.

문법은 듣기 · 읽기 · 말하기 · 글쓰기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grammar의 어원은 그리스어로'art to write(글을 쓰는 기술)'이다. 문법을 모르고 고급영어를 탐내는 것은 실패를 준비할 뿐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구어중심교육을 하다가 중학교부터는 교육의 중심축을 점차적으로 문어중심교육으로 이동시킨 후 고등학교 이후부터는'따지는 학습'을 해야 한다.

이윤재 <한반도영어공학연구원장/영어에세이상식사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