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차례나 발사를 연기하며 국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다 마침내 지난 25일 발사된 대한민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세계에서 10번째로 인공위성 자력 발사에 성공한 나라로서,우리도 우주시대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실은 채 웅장하게 지상을 박차고 올랐지만 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채 소멸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절반의 성공이라거나 부분 실패라는 등 평가가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는 7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습득한 첨단 기술과 많은 노하우만으로도 성공적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에 주목했으면 한다. 실패라는 결과를 보기보다는 전체 과정에서 이뤄낸 것들을 통해 우주 강국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 쪽으로 공감대가 모아졌으면 싶은 것이다. 항공분야의 기초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난 7년간 반복됐을 연구원들의 크고 작은 도전과 실패,성취과정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 발사과정을 지켜보면서 비록 꿈꾸었던 독립 운동에는 실패했지만 반복된 도전을 거치며 앞선 비행 기술을 습득해 일제 강점기 억압된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심어주었던 한국인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떠올라 이런 생각은 더 분명해진다.

안창남은 31세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문명의 진전,이기(利器)의 발달에 선각하는 자는 흥하고 낙오하는 자는 망한다'며 한국인 최초로 비행 기술을 습득했다. 그의 비행술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여서 사고로 삶을 마감하기까지 꺾인 민족의 자존심을 세우는 한편 조선과 중국의 독립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항공학교 교관으로도 활발하게 활약했다. 국민들은 이런 안창남에 힘입어 일본인을 향해 '떴다 보아라 안창남'을 소리치며 훼손된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한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지 오래지만 각 분야에서 실패를 감수한 도전을 반복해 첨단 신기술을 습득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눈을 돌려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의료 분야를 살펴 보게 된다. 국제학회에서 만나는 의료 선진국 의사들의 평가나 각종 조사를 통한 지표에 비춰 볼 때 우리 의술 수준은 이미 세계적임에 틀림없다. 이 역시 실패와 도전을 피하지 않고 헌신적인 연구를 통해 신의료 기술을 도입해 온 점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런 분위기는 우주항공이나 의료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 머무르지 않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 또한 고무적이다.

'우리는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썼던 한 광고가 생각난다. 오늘도 실패를 멀리하지 않은 채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고 있는 수많은 분야의 모든 이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긍지가'떴다 우주 한국''떴다 의료 한국'처럼 전방위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상호 우리들병원그룹이사장 shlee@woorid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