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2000년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는 2005년 신형 '2세대'가 출시되는 등 근 10년간 국내외서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싼타페(Sante Fe)'라는 브랜드명은 미국 뉴멕시코의 주도 이름이다. 휴식과 레저를 상징하며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와 자유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에서는 당시 SUV의 절대 강자였던 쌍용차 '무쏘'의 아성 공략을, 해외서는 북미 시장 판매 확장의 '사명'을 띠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연구소가 개발한 현대차의 대표 SUV다.

외관보다는 신형 디젤 R엔진을 탑재하는 등 구동기관의 쇄신을 추구하며 지난 6월 새롭게 등장한 신차, '싼타페 더 스타일'을 만나봤다.

시승에 이용된 차량은 신형 디젤엔진인 2000cc e-VGT R엔진이 탑재된 2륜(2WD)모델이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0kg·m를 자랑한다.

이와 함께 기존 5단 자동변속기 대신 6단 자동변속기가 새롭게 적용돼 향상된 동력 전달 성능을 확보했다. 저마찰 타이어와 불필요한 배터리 충전을 방지해주는 발전제어시스템 등으로 경제성도 높였다.

외관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차체와 일체화 시켰다. 듀얼머플러를 달았고 후미등에는 크롬링을 적용한 것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다.

그러나 기아차 쏘렌토R에도 탑재돼 호평받은 R엔진이 가져다주는 힘은 기존 모델과의 비교를 맹렬히 거부했다.

시승구간은 도심과 고속도로 등 250여km. 싼타페 더 스타일은 디젤차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강한 동력성능을 보이면서도 쾌적함과 안락함을 선사했다. 순간 가속력도 수준급이었다.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시동키를 누르자 가볍게 시동이 걸렸다. 넓은 실내공간에 편안함을 느끼며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자 생각 외로 빠르면서도 묵직한 반응이 전해져 온다. 속도계는 빠르게 올라갔다. 기존 D엔진에 비해 대폭 개선된 R엔진의 토크 수치를 느낄 수 있다.

점차 속도를 높여갔지만 창문을 닫은 실내는 조용했다. 배기음은 시속 150km대에 진입해도 볼륨 30%정도로 낮춰진 라디오 소리에 묻혀 질 정도였다. 오디오를 끄고 창문과 썬루프를 열어봐도 귀에 거슬릴 정도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도로 정체에 차선을 서너 차례 바꿔봤다. 차체제어자세장치(VDC)가 주는 확실한 안정감은 신뢰할 만 했다. 브레이크 페달은 다소 부드러운 세팅이지만 제동력은 확실했다. 과속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도 '제대로 만든 SUV 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편함이 없었다.

연비 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신형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싼타페 더 스타일 2.0ℓ 모델의 공인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ℓ당 15.0km,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가급적 연비를 의식한 실제 주행결과 트립컴퓨터가 내놓은 수치는 ℓ당 12km 안팎이었다. 효율적인 연비로 주행 시 계기판 속 'ECO'라는 글자에 녹색 불이 들어오는 경제운전 안내시스템이 제법 도움이 된다.

전반적으로 받은 인상은 '안락함'이었다. '겉치장'에 신경 쓰기보다는 SUV의 본래 목적인 '편안한 주행과 강력한 동력성능'을 최대한 실현시키려 한 노력의 흔적이 느껴졌다.

전 모델에 비해 추가된 각종 안전·편의사양들도 이 같은 인상을 강조했다.

전·후방 주차보조시스템, 차량이 뒤집혀도 이를 감지하고 에어백을 작동시킨다는 '롤오버 센서' 등 첨단 사양은 믿음직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오디오 등 AV시스템이 탑재된 센터페시아도 더욱 정돈된 모습이다. 푸른색상의 고휘도 ‘슈퍼비전 클러스터’ 계기판은 시안성을 높여 눈의 피로도를 줄여줬다.

최고급형의 경우 각종 옵션을 포함할 경우 최대 4000만원(2.2 4WD)에 이르는 가격대지만 지난 7월 한 달 만에 6278대가 팔려 나갔다. 구형 모델을 팔던 6월에 비해 30% 이상 판매량이 늘어나며 인기를 과시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싼타페 더 스타일 2.4 가솔린 모델과 2.7 LPI 모델을 차례로 선보이며 'SUV 절대강자'의 입지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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