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이발병 출신 회원들 장애우 헤어디자이너 되다
"손 기술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있습니다. 철판을 다루는 투박한 손이지만 장애우들을 보살필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삼성중공업 '가위손사랑회'가 거제 장애우 보육시설 '애광원'을 찾아가 이발봉사를 실시한 지 올해로 30년째가 됐다. 가위손사랑회는 1980년 봉사활동에 뜻이 있는 직원들이 모여 자신의 재능을 보람된 일에 쓰고자 결성됐다. 이발봉사를 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진 지 30여년.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우리 봉사회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가위손사랑회는 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를 포함,2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회원들은 군복무시절 이발병으로 근무한 이발 경력자들로 현재 조선소에서 용접,도장,배관조립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회원들은 프로 미용사에는 못미치지만 다들 섬세한 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는 건강을 증진하거나,여가를 즐기거나,친목을 다지기 위한 다양한 동호회가 결성돼 있지만 가위손사랑회 회원들은 그런 동호회보다는 자신들이 보유한 작은 손기술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줌으로써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다.

가위손 동호회가 30년째 찾아가 이발봉사를 하고 있는 애광원은 10대에서 50대까지 75명의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시설이다. 동호회원들은 매월 2차례씩 현재까지 570여회 방문해 장애인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다. 회원들은 이발봉사와 함께 발지압,수지침 및 마술쇼 등도 함께 선보이며 즐겁게 봉사하고 있다.

애광원에 회원들이 도착해 가장 먼저 발견하는 것은 장애우들이 해맑은 웃음으로 반겨주는 모습이다. 애광원 입구에 들어서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머리처럼 해달라는 주문에서부터 자신만의 창조적인 스타일을 요구하는 주문까지 다양한 요구가 쏟아진다. 몸이 불편한 중증 장애우들을 일으켜 머리를 깎고 또 감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발을 마치고 말끔해진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다.

봉사활동을 오랫동안 진행해오면서 생긴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옆에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나기에 돌아봤다. 장난꾸러기로 유명한 한 친구가 가위를 가지고 자기의 앞머리를 싹뚝 잘라 놓은 것. 결국에는 너무 짧게 잘라버린 앞머리를 어쩔 도리 없어 스님처럼 머리를 박박 밀게 됐다. 또 한 친구는 이발 후 목욕을 하고 나서 벌거벗은 몸으로 이발하는 방으로 되돌아와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우리 동호회는 애광원에 이어 실로암이라는 중증장애인 시설에도 비정기적으로 이발봉사를 간다. 이곳에는 몸을 가눌 수 없는 중증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어 그를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머리를 깎았다. 이발을 하는 내내 가슴이 짠해진 적도 있다.

가위손 사랑회의 봉사활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거제시청에서 주관하는 행복봉사단 이미용부분에 참여해 분기에 한번씩 이웃에게도 이발봉사를 펼치고 있다. 주로 거제시 관내에 계신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며,그들의 말벗이 돼 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미용기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가위손 사랑회 회원이 단체로 미용학원 수강도 계획하고 있다. 또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에도 찾아가 이발을 해줄 예정이다.

/김원영 가위손사랑회 회장(기계지원부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