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책 읽고,생각하고,차 파는 것'.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네 가지다. '업(業)'을 취미처럼 여길 수 있다니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자세 덕분일까,BMW코리아는 지난 6월 한 달에만 1086대를 판매,1995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월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뉴7 시리즈의 국내 판매량(7월 누적 기준 1160대)은 미국,독일,중국에 이어 네 번째다. 불황을 모르는 무서운 질주다.

김 사장이 말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차가 좋아서"라는 것.15년을 BMW와 함께 해 중후한 독일 신사를 연상시키는 그는 두툼한 연구 보고서를 꺼내 보이며 BMW의 차 성능이 얼마나 좋은 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BMW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줄였습니다. 연료 효율과 ?? 배출량 등에서 BMW가 거둔 성과는 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렉서스,현대차 등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입니다. "

BMW코리아의 차별화된 마케팅도 성공 포인트다. 김 사장이 말하는 마케팅이란 "단순히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뉴 7 시리즈에 적용한 '개인을 위한 전시회'가 대표적이다. BMW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을 아시아에선 최초로 한국에 선보인 만큼 뭔가 색다른 게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퍼스널 룸'이다.

"800명의 잠재 소비자를 한 사람씩 초대해 그 분만을 위한 차량 공개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바이올린 선율이 온몸을 감쌉니다. 샴페인으로 가볍게 입을 적신 다음 가이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베일에 싸인 차량이 눈에 띕니다.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해 베일을 벗기는 이벤트를 하는 겁니다. " BMW코리아는 1억원을 훨씬 웃도는 고급 차량을 이날 하루에만 400대가량 팔았다.

BMW코리아는 딜러(전국 7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BMW 코오롱 강남 전시장이 새단장을 마치고 다음 달 8일 재오픈하는 것을 비롯 대전,부산 전시장도 확장 이전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1000억원 정도 투자했고,올해도 400억~500억원 정도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차 파는 일' 외에 김 사장은 요즘 또 다른 역할로도 분주하다. BMW 본사가 한국산 부품 구매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중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얼마전엔 부품 구매를 담당하는 BMW코리아 직원이 본사 직원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삼성SDI와 보쉬의 합작회사인 SB 리모티브가 BMW에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한 데 이어 독일 본사는 DMB 등 자동차 IT(정보기술) 부품에 관심이 많다"며 "작지만 강한 한국의 '히든 챔피언'들을 본사에 소개시켜 주는 일도 주요 임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BMW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BMW로선 최초의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인다. 쿠페형인 '액티브하이브리드 X6'와 신형 8기통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최고급 세단 '액티브하이브리드 7' 두 가지다. 김 사장은 "기존 모델보다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 면에서 각각 20%와 15% 향상된 성능을 구현했다"며 "(도요타) 등 경쟁사들을 압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출시 시점은 미정이지만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엔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사들과 자웅을 겨루겠지만 BMW의 최종 목표는 수소자동차다. 김 사장은 "현대자동차 등이 추진 중인 수소연료전지차와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개념으로 차를 움직이는 주 동력원은 전기"라며 "수소자동차는 가솔린 대신 엔진에 바로 수소를 넣는 것으로 연료 폭발력을 활용한 내연 엔진 차량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린다"고 설명했다.

BMW는 수소를 동력원으로 사용한 자동차를 중장기적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회사로 1979년부터 실제 자동차를 활용해 실험을 시작했다. 김 사장은 "기술 개발은 완료됐고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만 남았다"며 "글로벌 각국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쌍용차,기아차 등 끊이지 않는 노사 분규와 관련,김 사장은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BMW를 비롯한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노사 문제를 뛰어 넘어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함께 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사 분규에 발목 잡혀 있는 한국의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