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들의 귀환은 유비무환?'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음 달 5일 열릴 호주와 평가전을 앞두고 무려 15명의 해외파 선수 소속팀에 대표팀 소집을 요청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한축구협회는 24일 오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조원희(위건), 박주영(AS모나코), 이근호(이와타), 이정수(교토), 김동진(제니트), 이영표(알 힐랄) 등 주전급 선수 외에 설기현(풀럼), 차두리(프라이부르크), 조재진(감바 오사카), 김남일(빗셀 고베), 안정환(다롄스더) 등 최근 1년 넘게 대표팀에 뽑지 않았던 '형님급' 선수들까지 차출 공문을 보냈다.

또 김근환(요코하마 마리노스)과 신영록(부르사스포르) 등 대표팀에 뽑긴 했지만 주전급으로 쓰지 않았던 선수까지 불러들이기로 했다.

대표팀이 지금껏 외국팀과 평가전을 치르거나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한꺼번 15명의 해외파를 불러들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3차 예선과 최종예선 때도 해외파 선수가 6-7명 정도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물론 15명의 선수가 모두 호주 평가전 최종명단에 포함될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사실상 대표팀과 인연을 끝냈다고 판단되는 선수까지 소집 대상자 명단에 넣은 것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달 수밖에 없다.

소집 호출을 받은 일부 선수조차 "불러줘서 고맙지만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다"라며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허정무 감독은 왜 이렇게 많은 해외파를 선택한 것일까.

대표팀이 모여서 소집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더 많은 선수의 몸 상태를 지켜보려는 코칭스태프의 의도도 있겠지만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A매치 일정을 놓고 반목하는 상황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K-리그 선수 차출 거부'에 대비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혹시라도 K-리그 구단들이 선수 차출 거부를 결의한다면 평가전을 치러야 하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선수단을 꾸려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많은 선수를 확보해야만 한다.

결국 이번에 호출을 받은 일부 해외파 선수들은 말 그대로 '땜빵' 역할에만 그칠 가능성도 있어 대표팀 전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평가전 본래 의도와 동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