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의 대차잔량이 크게 감소했다. 장세가 IT(정보기술)와 자동차주 위주에서 은행주를 비롯한 다른 업종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자 대차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빌린 주식을 서둘러 갚았다는 분석이다.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는 지난해 10월부터 금지됐으며,통상 1년 만기여서 한 달여 후에는 주식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차잔량이란 주가 하락을 겨냥한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수를 말한다.

◆금융주가 상승세 이끌어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97%(30.43 포인트) 오른 1576.39로 마감,나흘 만에 1570선을 회복했다.

특히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의 상승세가 장세를 이끌었다. KB금융이 6.11% 급등하며 5만3800원으로 마감한 것을 비롯 우리금융(5.66%) 부산은행(5.63%) 신한지주(5.41%) 하나금융지주(4.18%) 기업은행(4.50%) 등의 상승폭이 컸다. 대우증권(5.02%) 등 대형 증권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은행주 강세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5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지만,신한지주를 90억원가량 순매수한 것을 포함,하나금융지주(60억원) 우리금융(59억원) KB금융(50억원) 대구은행(40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은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삼성전자 등은 정리하면서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리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원 ·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대형 수출주의 상승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판단되자 경기 회복 국면에서 수혜를 입을 은행주 등 금융업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593억원어치 순매도하는 등 최근 5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빌린 금융주 갚아야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은행주의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빌려 놓은 은행주 대차물량을 대거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주식을 적극 사들이기 시작하던 무렵인 지난달 14일 부산은행의 대차잔량은 661만주에 달했지만 전날엔 168만주로 급감했다. 외국인이 빌린 주식을 상당수 갚았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전체 대차잔량은 3억9190만여주에서 3억4975만여주로 10%가량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물량 상환이 두드러진다.

대구은행과 KB금융 등도 같은 기간 대차잔량이 각각 481만주와 423만주 감소했으며,외환은행도 391만주가 줄었다. 대차잔량이 많이 감소한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4개가 이들 은행주였다.

이 외에도 대우증권과 기업은행의 대차잔량도 230만여주씩 줄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급등한 가운데서도 은행주가 소외되며 덜 올라 향후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자 외국인들이 미리 빌린 주식을 갚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에서 갖고 있던 빌린 금융주를 더 오르기 전에 미리 갚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주가 오르기 시작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쇼트 커버링'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금융의 경우 대차잔량이 줄었지만 전날 기준으로 전체 상장주식의 2.7%가량인 391만여주가 대차잔량으로 남아있으며,대우증권도 2%가 넘는 407만주에 달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