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중 · 고교생들이 새롭게 사용할 검정교과서가 발표되자 민간 교육출판업계의 '교과서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각 일선 학교들은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도서 중 특정 교과서를 9월 말까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치열한 로비전이 우려된다.

20일 여러 과목의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A업체 관계자는 "일단 많은 중 · 고교로부터 우리 교과서가 채택돼야 인지도가 높아져 해당 과목의 참고서와 자습서 판매도 연쇄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 모두들 사활을 걸고 전면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요 교과서 출판업체만 두산 교학사 지학사 미래엔컬처그룹(옛 대한교과서) 천재교육 디딤돌 금성출판사 중앙교육진흥 능률교육 웅진씽크빅 비유와상징 비상교육 등 수십 개에 달한다.

국내 검정교과서 시장은 2009학년도를 기준으로 1100억원 규모다. 그러나 교사나 학생들이 학습의 연계성을 중시해 1만~1만5000원에 달하는 동일 출판사의 참고서 등을 추가로 구매하기 때문에 검정교과서 채택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이보다 몇 배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18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8개 교과목(중학교 16개,고교 12개)에서 출원된 총 514종의 도서 가운데 312종(중학교 216종,고교 96종)을 최종 통과(합격률 61%)시켰다. 사실상 국가가 직접 개발하는 국정 교과서와는 달리 검정 교과서는 민간 출판사가 교과부의 집필 기준에 맞춰 도서를 만들면 교육과정평가원이 적합성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특히 2010학년도를 준비하는 올해에는 그동안 국정 교과서로 묶여 있던 국어 도덕 국사 과목이 검정 교과서로 다양화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B출판사 관계자는 "대개 서울지역 보습학원은 인근 중 · 고교 4~5개의 학생들을 끼고 영업을 하는데 교과서가 학교별로 더 다양해지면 그만큼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정부가 다양한 교과서 채택을 암암리에 권장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타 업체의 점유율 빼앗기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 검정에서는 지난해 1학년 교과서를 통과시켰던 업체 6~7곳이 2학년 교과서에서는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대개 1학년 검정교과서로 지정되면 연속성을 위해 2~3학년 교과서는 그대로 통과되는 게 업계의 관례였다. K출판사 간부는 "지난해 뽑혔더라도 다음 학년 교과 내용이 부실하다면 가차없이 탈락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라며 "갑자기 해당 교과서를 바꿔야 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나머지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늘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검정교과서를 더욱 다양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자율 경쟁을 통한 교과서의 질적 향상이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가가 정했던 교과서 가격을 앞으로 출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되면 교과서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교과서 가격은 초등학교 평균 824원,중학교 1575원,고교 3719원으로 1만원대를 훌쩍 넘는 참고서에 비하면 낮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