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일제히 애도했다. 특히 정신적 지주를 잃은 민주당과 범 민주계 지도자들은 오열 속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등 서거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상도동 자택에서 소식을 접한 뒤 "아쉽고도 안타깝다. 나라의 거목이 쓰러졌다고 생각한다"며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문상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측근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침통한 표정으로 "14일 문병을 갔었지만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실 줄 몰랐다"며 "지난 수십년간 파란 많은 정치 역정을 걸어왔는데 이제 천주님의 품에 안겨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DJP 연합을 이뤄 정권을 창출한 바 있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현재 본인의 건강 문제로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18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대한민국의 위대한 지도자 한 분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전 대통령께서는 일생 민주화와 인권,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셨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께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하며,국민과 함께 슬픔을 나눈다"면서 "생전에 이루고자 하셨던 숭고한 뜻이 국민 화합과 남북 간 평화로 승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과 3개월 새 두 전직 대통령을 연거푸 잃은 민주당은 오열 속에 깊은 슬픔에 잠겼다. 언론악법 홍보전을 위해 포항으로 가던 중 서거 소식을 접한 정세균 대표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상경,오후 4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정 대표는 "이 시대의 위대한 스승을 잃었다"며 "비통하고 원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오후 1시30분께 "김 전 대통령의 심장이 멈췄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강래 원내대표는 대표실에서 홀로 오열하며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미국 방문 중 귀국한 정동영 의원은 깊은 탄식과 함께 "하늘이 무너졌다"며 애통해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순탄치 않았던 정치 역경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셨던 김 전 대통령은 끝까지 왕성한 노익장을 보여 주셨다"며 "고인이 남긴 많은 족적과 업적들은 후대의 역사가 바르게 평가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제계도 김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일제히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겼고 IMF 경제위기 때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 경제의 조기 회복에 기여했다"며 "김 전 대통령 생전의 '나라 사랑' 정신을 높이 기리며 어려운 경제 상황을 조기에 극복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통해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에 원로를 잃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불행이자 손실"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성명을 통해 "오늘의 슬픔을 이겨내고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무역협회도 "400만 무역인과 함께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형호/이준혁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