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맞춤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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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 잉글우드에 살던 내시 부부는 1999년 딸 몰리가 선천성 골수 결핍증이란 사실을 알았다. 유전형질이 같은 골수를 이식받지 않으면 8~9세에 목숨을 잃는 중병이었다. 적합한 골수를 구하지 못하자 내시 부인은 난자 12개를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얻은 배아 가운데 몰리와 동일한 유전형질을 가진 배아를 골라 임신했고,이듬해 8월 첫 맞춤아기(designer baby) '아담'을 낳았다. 아담의 탯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몰리의 골수에 심은 지 3주일 만에 혈소판과 백혈구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몰리는 생명을 구했다.
맞춤아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PGD)'이라고 부른다. 정자와 난자를 체외 수정시켜 얻은 수정란의 유전자 정보를 검사해 건강한 수정난만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이다. 유전질환을 치료하거나 염색체 이상,세대간 유전질환 전이 등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질병 있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능 외모 건강상태 등을 개량하는데 쓰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의 인공수정 전문의 제프리 스타인버그 박사가 내년에는 질병 없는 아기뿐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성별이나 눈색깔 등의 외모를 가진 아기까지 골라 낳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좀 확대해석한다면 아인슈타인의 두뇌와 브래드 피트의 얼굴,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몸을 가진 '슈퍼 베이비'의 탄생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언젠가는 유전자를 개선한 슈퍼인간과 보통인간으로 양극화된 사회를 상상한 영화 '가타카'처럼 인류가 우생학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는 치료용 맞춤아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 보건복지가족부도 최근 배아와 태아 대상 유전자검사 허용범위를 현행 63종에서 139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유전질환을 가진 가계(家系)나 유전질환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부부 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건강한 배아를 선택 임신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린 것이다.
맞춤아기 연구가 궁극적으로 인류에 축복이 될지,재앙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건강하고 우수한 자식을 낳아 키우려는 인간의 소망이 워낙 강해 연구는 계속될 게 틀림없다. 인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맞춤아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PGD)'이라고 부른다. 정자와 난자를 체외 수정시켜 얻은 수정란의 유전자 정보를 검사해 건강한 수정난만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이다. 유전질환을 치료하거나 염색체 이상,세대간 유전질환 전이 등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질병 있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능 외모 건강상태 등을 개량하는데 쓰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의 인공수정 전문의 제프리 스타인버그 박사가 내년에는 질병 없는 아기뿐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성별이나 눈색깔 등의 외모를 가진 아기까지 골라 낳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좀 확대해석한다면 아인슈타인의 두뇌와 브래드 피트의 얼굴,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몸을 가진 '슈퍼 베이비'의 탄생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언젠가는 유전자를 개선한 슈퍼인간과 보통인간으로 양극화된 사회를 상상한 영화 '가타카'처럼 인류가 우생학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는 치료용 맞춤아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 보건복지가족부도 최근 배아와 태아 대상 유전자검사 허용범위를 현행 63종에서 139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유전질환을 가진 가계(家系)나 유전질환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부부 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건강한 배아를 선택 임신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린 것이다.
맞춤아기 연구가 궁극적으로 인류에 축복이 될지,재앙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건강하고 우수한 자식을 낳아 키우려는 인간의 소망이 워낙 강해 연구는 계속될 게 틀림없다. 인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