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가, 저렴한가. 지난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들의 정보통신정책을 분석한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2009'에 따르면 한국의 요금은 2007년에 비해 약 14% 인하됐으나 국가별 순위에서는 하락,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요금이 덜 내려갔다는 의미로 지난달 29일 소비자원이 메릴린치 보고서를 토대로 문제 제기를 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요금논란이 한층 가열되는 느낌이다.

소비자들은 이 자료들을 근거로 더 많은 요금인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업체들은 소비자원 분석에 대해선 자료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고, OECD 발표는 객관성이 떨어져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어떻게 보면 국가마다 상이한 통신 소비구조나 요금구조 등을 감안할 때 이동통신사들의 지적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요금 논란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완벽한 통계에 근거한 판정은 어렵겠지만 소비자와 통신사들 주장 중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정부가 정리해 줘야 한다. 그런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방통위는 소비자원 자료가 나왔을 때만 해도 업계 주장에 동조했지만 OECD 자료까지 나오자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OECD 분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조만간 요금제도 개선 세미나를 열겠다고 하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요금문제는 어제오늘 나온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게 분명하고 보면 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건 곤란하다.

우리는 정치권에서 통신요금을 몇십% 인하하라는 식의 포퓰리즘적 주장을 하는 것에는 분명히 반대한다. 하지만 규제완화, 신규진입자 허용 등 경쟁을 촉진해 요금인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방통위의 역할이다. 방통위는 국제비교가 나올 때마다 해명에 급급할 게 아니라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따져보고, 요금인하 여지가 있으면 그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