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발사 예정이었던 한국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발사가 연기될 공산이 커지면서 기술적 문제의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은 5일 "현재 러시아와 우리나라 기술진이 지난달 30일 러시아 현지에서 수행된 나로호 1단 발사체 연소시험에서 발견된 특이한 결과값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이르면 오늘 중 확인 작업을 마무리하고 6일 오전 새로운 일정과 확인 결과에 대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로호 1단 발사체를 공동 개발한 러시아의 흐루니체프사는 지난 1일 우리 측에 연소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틀 만인 3일 밤 기술적인 문제(technical issues)가 발견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교과부는 예정됐던 11일 발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예비 발사일로 잡아놓았던 18일까지 발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는 만큼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1,2단 발사체 결합을 마치고 당초 예정된 발사 일정에 따라 최종 점검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김 차관은 "러시아 측에 입장 번복의 이유와 기술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나로호 발사를 진행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어느 수준까지 관련 데이터를 넘길지는 미지수다. 2007년 양국 간 체결된 '우주기술보호협정(TSA)'에 따라 러시아는 연소실험 등 1단 발사체와 관련된 데이터를 넘길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결국 우리 독자 기술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 측에 이끌려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우선 첫 발사를 통해 종합적인 발사 시스템 기술 획득이 중요한 만큼 일단 발사 성공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우리의 발사 일정이 좌지우지되는 까닭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발사체 엔진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4년 2억달러를 주고 러시아와 개발협약을 맺었지만 2007년 우주 관련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TSA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술진은 러시아에서 제작된 1단 발사체는 뜯어보지도 만지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로호는 발사대에 세우지도 못한 채 여섯 번째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은 1990년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되면서부터.일본과 중국이 1970년대 자력으로 발사체를 쏘아올린 것과 비교하면 출발부터가 늦은 셈이다. 우리나라는 1979년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부품과 기술을 제공받는 대가로 사거리180㎞ 이상의 어떠한 미사일도 개발하거나 획득하지 않겠다는 '한 · 미 미사일 양해각서'를 썼다.

미국은 이 양해각서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MTCR(미사일기술수출통제체제) 가입을 반대해왔지만 2001년 1월 1979년의 각서를 공식적으로 폐기하는 데 동의했다. 한국은 2001년 MTCR에 정식 가입하면서 미사일 사거리를 300㎞까지 늘릴 수 있게 됐으며 러시아로부터 합법적으로 기술을 이전받아 한국형 발사체인 나로호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이번 나로호 발사를 반드시 성공시켜 2018년으로 예정된 KSLV-Ⅱ를 독자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