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와 홍콩이 87세의 한 노인 때문에 들썩이고 있다.

그의 이름은 스탠리 호.홍콩의 한 병원에서 지난 주말 뇌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그는 '마카오의 신'이다. 마카오 재정의 3분의 2가 카지노 재벌인 그의 도박장에서 나오고,마카오 주민 절반 이상이 그의 여러 회사에서 먹고 산다. 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마카오의 도박 산업뿐 아니라 마카오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90억달러(2007년 말 기준) 자산가인 그가 입원한 병원 앞에 수십 명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은 그의 이 같은 엄청난 힘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로 점철된 그의 삶이 세인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1921년 홍콩에서 태어났다. 증조부가 유대계 네덜란드인이다. 그는 홍콩대학을 마치고 마카오에서 도박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포르투갈령이던 마카오에서 최고의 미녀와 결혼하고 카지노업을 독점하는 등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는 헬리콥터와 페리로 홍콩의 손님들을 실어날라 '하늘과 바다에 도박장을 차린 사람'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의 네 번째 결혼은 대재벌의 순애보로 알려지며 '라스트 프로포즈'라는 영화의 소재가 됐다. 서른아홉 살 차이가 나는 아내 안젤라 렁을 처음 만난 뒤 혹시 다시 만나지 못할까봐 대재벌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교제해 결혼에 성공했던 사실이 후에 알려졌다. 안젤라 렁은 이후 마카오 의회 의원으로 선출돼 스탠리 호의 정치적 힘이 되고 있다.

그는 또 국제 경매시장의 큰손이기도 하다. 청나라 강희제가 앉았던 용좌(龍座)를 크리스티 경매에서 1376만홍콩달러(한화 16억7000여만원)에 사들이는가 하면,겨우 1.08㎏짜리 이탈리아 모리세산의 흰 송로버섯을 2억9000만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아편전쟁 때 빼앗긴 베이징 위안밍위안의 12지신상 중 말의 머리를 구입해 중국 정부에 환원하기도 했다.

그를 따라다니는 또 다른 이미지는 범죄다. 아시아 최대 폭력조직인 삼합회의 거물이 그의 호텔 VIP룸에서 체포되고,실적이 나쁜 카지노의 중간 책임자가 부인과 함께 잔인하게 살해되는 등 홍콩 액션영화의 단골 소재들이 그의 주변에서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1999년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된 뒤 중국 중앙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주력,마카오의 명물인 283m짜리 관광 타워를 지어 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초반 마카오의 도박업이 개방되면서 그의 독점 체제는 무너졌다. 하지만 마카오 도박시장의 절반 이상을 움켜쥐고 여전히 그의 아성을 굳건히 쌓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17명의 자녀에 대한 재산 상속 계획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유산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여동생과 재산을 두고 법정 싸움을 벌였을 정도로 주변 관리에 서툰 스탠리 호가 자녀들의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측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