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업 생산이 급속하게 정상으로 회복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지난 7월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주요국 제조업이 일제히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서 조만간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회생은 특히 각국 정부의 '보조금'정책 혜택을 받고 있는 자동차 부문이 주도하고 있다.

◆미 · 중 · 유럽 제조업지수 동반 급등

지난 7월 세계 경제의 핵심인 미국의 제조업지수는 회복 궤도에 안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3일 3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7월 제조업지수가 48.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확장을 의미하는 기준선인 50을 밑돌았지만 금융위기 전인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다. 미 제조업 회복은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과도하게 줄인 재고를 다시 확보하는 과정에서 생산활동이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인디애나주에서 철강유통업을 하는 스틸웨어하우스의 데이비드 러만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말부터 철강 재고를 줄여왔지만 최근 들어 판매량보다 많은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문이 늘면서 철강 제조업체의 납품 시점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주요국의 제조업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이 이날 발표한 7월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3.3으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르면서 1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주말 발표한 7월 PMI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에선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 기업 간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닷컴은 중국 제조업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출도 연내엔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14.2%(전분기 대비 연율기준) 쪼그라들었던 일본 경제도 기업들의 수출 확대에 힘입어 2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개 민간경제연구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2분기 일본 수출은 전분기 대비 8.9% 증가한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의 제조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이날 공개된 영국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7월 PMI는 전달의 47.4에서 50.8로 상승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넘어섰다. 유럽대륙의 PMI도 6월 42.6에서 7월 46.3으로 올라 1998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동반 제조업 회복세에 대해 뉴욕 RDQ이코노믹스의 콘래드 디콰드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가 끝났다"며 "하반기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조금으로 시동건 자동차 가속페달

제조업의 대표주자인 자동차 부문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제조업 생산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빅3 자동차 업체인 포드의 7월 판매가 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판매는 무려 78% 급증했다. 신차 구입 보조금제를 앞서 도입한 프랑스 이탈리아 시장에서도 판매 증가세가 계속됐다.

미국은 지난달 말 시행된 '폐차 후 신차 구입 보조금' 덕에 7월 판매가 99만8000대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환산대수로는 1120만대로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최대다. 미 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폐차 후 친환경 신차 구입시 3500~4500달러를 지급하는 보조금제가 시행된 이후 일주일 새 약 25만대의 차량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판매 차량의 4분의 1가량이 보조금 효과를 본 셈이다. 특히 포드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16만4795대를 팔아 전년 동월 대비 2.4% 판매가 늘어 2007년 11월 이래 첫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달 각각 4만5553대(전년 동월비 11.9%)와 2만9345대(4.7%)를 팔았고,GM도 소형차 판매가 54% 늘었다.

유럽에서도 지난달 자동차 판매가 호조세를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7월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1%,이탈리아는 6.16% 증가했다.

일본의 7월 승용차 판매는 26만6173대로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다. 친환경차 구입 세제 혜택과 보조금제에 힘입어 매출 감소폭이 전달의 9.5%에서 크게 축소됐다. 자동차 소비세를 5%로 절반으로 내린 중국의 올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은 총 609만8800대로 작년 동기보다 17.68% 증가했다.

전 세계 반도체 매출도 4개월 연속 증가하며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 2분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517억달러로 1분기에 비해 17% 증가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김미희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