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족부터 꽃미남,초식남 등이 급부상하면서 패션업계에선 '남자'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아직 뜨거운 여름이지만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사이에선 올 가을 · 겨울(F/W) 시즌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는 이탈리아 명품 수트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F/W 시즌 제품을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지만 F/W 시즌을 겨냥한 제냐의 제품들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제냐의 '꾸뛰르' 라인은 접착 · 재단부터 봉제 · 바느질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고급 제품. 한 벌의 수트가 완성되기까지 18시간 이상 걸리고 3만3000번 이상의 바느질 공정을 거치는데 이번 시즌에는 날렵한 실루엣과 부드럽게 흐르는 어깨선이 돋보인다. 특히 오버코트와 어울리는 더블 브레스트,스리피스 수트 등이 눈길을 끌었다.

전통 테일러링과 현대적인 이탈리안 스타일을 적절히 조합시킨 '살토리얼 컬렉션'은 겨울철 비즈니스룩으로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하는 핀 스트라이프 수트를 제안했다. 풍부한 컬러의 타이와 스카프,대비되는 컬러로 배색한 셔츠가 주요 아이템으로 카멜 · 버건디 · 그레이 컬러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사무실 밖,주말을 위한 캐주얼 스타일을 제안하는 '어퍼 캐주얼' 라인은 승마 기수의 옷차림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라이딩 부츠와 벨트를 퀼팅 처리된 점퍼와 매치했다. 마찬가지로 따뜻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카멜 컬러가 대세. 제냐의 환경보호 프로젝트인 '오아시 제냐'에서 따온 '오아시 캐시미어 컬렉션'은 중세시대 천연 염색기술을 현대적으로 응용시켜 천연허브와 안료를 사용해 독특한 컬러를 만들어 냈다. 이와 함께 리미티드 아이템으로 내놓은 버건디 컬러의 악어가죽 슈즈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광택 작업 등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돼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으로 하루 최대 네 켤레만 생산되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