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e북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반스앤드노블이 지난 20일 e북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e북 시장을 두고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이자 e북 시장의 선발주자인 아마존과의 대격돌이 예상된다.

반스앤드노블은 70만권에 달하는 e북 콘텐츠를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e북 서점을 공개했다. 아마존이 보유한 e북 콘텐츠 30만권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반스앤드노블은 1년 안에 최소 100만권의 콘텐츠를 확보할 계획이다. 베스트셀러 · 신간 e북의 가격은 아마존과 같은 권당 9.99달러로 책정했다. 반스앤드노블은 또한 e북 단말기 업체 '플라스틱로직'의 단말기를 독점 판매한다. 내년 초부터 시판될 이 단말기는 아마존의 '킨들' 시리즈와 정면으로 맞부딪힐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스앤드노블의 이 같은 움직임을 초기 단계인 e북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정보기술(IT)업체와 출판업체 간 경쟁의 한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출판업체들은 오프라인 서적에서 디지털 서적으로의 변신이 늦어지고 있는 출판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IT업체에 시장이 빨려들어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반면 IT업체들은 e북시장을 책 신문 등 문서를 읽는 새로운 단말기를 팔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반스앤드노블은 아마존의 배타적인 콘텐츠 유통정책과는 선을 그어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존이 파는 e북 콘텐츠는 자체 e북 단말기인 킨들과 킨들용 애플리케이션을 허용한 일부 스마트폰(아이폰 · 블랙베리)에서만 읽을 수 있다. 반스앤드노블은 이와 달리 윈도와 맥을 사용하는 PC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인터넷이 가능한 대부분의 기기에서 e북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게 해 보다 폭넓은 접근성을 허용했다.

반스앤드노블은 지난 3월 e북 판매업체인 픽션와이즈를 1570만달러에 인수했다. 구글도 이미 소니의 e북 단말기 이용자에게 e북 50만권의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e북 콘텐츠 판매에서 출판시장 돌파구 찾는다

반스앤드노블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마존은 2007년 자사의 e북 단말기인 킨들을 출시하며 e북시장을 부활시켰다.

반스앤드노블 온라인 사업부문 회장으로 임명된 윌리엄 린치는 "오늘부터 반스앤드노블은 세계 최대 디지털 서적 목록을 확보했으며 독자들이 원하는 어떤 기기에서도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e북은 출판업계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북시장 규모는 약 7500만~1억달러로 추정된다. 출판업계 전체 시장 규모가 240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작은 규모인 셈이다. 린치 회장은 "e북시장을 확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은 독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최신 도서를 내려받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스앤드노블은 또 e북 사이트 개설로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e북 판매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고 싶은 책을 휴대폰으로 사진찍은 뒤 반스앤드노블의 웹사이트로 전송하고 돈을 지불하면,자동으로 e북을 내려받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반스앤드노블이 e북시장에 새롭게 참여하게 됐지만 아마존의 e북 판매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로트만 엡스 애널리스트는 "반스앤드노블의 e북 판매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하지만 이는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와서가 아니라 e북 시장 전체가 성장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북 단말기 시장 경쟁도 후끈

아마존은 킨들을 출시해 e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 측은 킨들의 판매량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킨들 매출이 올해 3억1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며 2012년까지 2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반스앤드노블의 파트너인 단말기 업체 플라스틱로직은 비즈니스 목적의 e북 독자들을 겨냥해 보다 큰 스크린과 터치스크린 방식 그리고 무선인터넷 기능까지 갖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플라스틱로직은 또 유명 신문사인 파이낸셜타임스 및 USA투데이와 콘텐츠 공급 계약도 추진 중이다. 플라스틱로직 측은 아직까지 단말기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으며 가격과 판매지역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킨들,출판업계에 양날의 칼

e북 사업은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다. 출판업계에선 10년 전 e북이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새로운 수익원으로서 희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이용하기 편리한 e북 단말기가 부족했고 독자들이 컴퓨터 스크린으로 e북을 봐야 했다.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했고 e북 판매는 답보상태를 걸었다.

또 콘텐츠가 부족했고 출판업계도 독자들에게 콘텐츠를 전달할 방법이 제한됐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한 것이 바로 아마존의 킨들이었다. 보기 편리한 단말기 킨들의 등장과 함께 e북 콘텐츠 판매도 늘고 있는 것.

반면 킨들 덕분에 추가 수익을 내고 있는 출판업계는 최근 베스트셀러 등 e북 콘텐츠를 권당 9.99달러로 제한해 놓은 아마존의 가격정책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처럼 낮은 가격책정으로 결국 도서 도매가격마저도 내려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몇몇 출판업체들은 발 빠르게 반스앤드노블의 e북 시장 진출을 환영했다. 뉴스코프의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의 브라이언 머레이 최고경영자(CEO)는 "e북 시장 규모가 전체 출판 시장의 최소 1~2% 이상 성장하면 출판업계에도 도움이 된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 e북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