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이런 문화적 지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독서죠."

국내 석유화학업계 여성 해외영업 1호인 성수선 삼성정밀화학 해외영업팀 과장(36 · 사진)이 1년 새 두 권의 책을 펴낸 에세이 작가로 변신했다. 지난해 해외 영업업무 13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나는 오늘도 유럽출장간다'를 쓴 성 과장은 이달 초 독서 에세이인 '밑줄 긋는 여자'를 발간했다. 총 28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번 책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부터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까지 다양한 책을 읽은 소감을 자신의 일상과 연계시켜 풀어낸 읽기 편한 책이다.

자신 스스로를 독서광이라고 말하는 그는 2003년부터 '수선이의 도서관(www.kleinsusun.com)'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독서일기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새로 올리는 독서일기에 3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책쟁이로 활동하고 있다.

"독서일기를 쓰면서 책을 매개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게 매력있고 재미있는 일이었어요. 일상과 격리된 단순한 독후감이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온 책 이야기를 쓰는 데 노력했죠."

현재 가죽 · 직물 등에 사용되는 개미산(formic acid) 등 삼성정밀화학에서 만든 화학제품 네 가지를 유럽 일본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50여개 고객사에 판매하는 성 과장은 지난해 혼자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영업 비결은 자신감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다.

"해외영업에선 바이어의 취미와 성향을 미리 파악해 공감할 만한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외국어 실력보다 중요합니다. 책에 대화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 비밀코드가 모두 담겨져 있다는 걸 후배들도 알았으면 합니다. "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