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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제모(除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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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은 무섭다. 처음엔 "글쎄" "뭘 그렇게까지"라며 망설이던 사람들도 유행이 바람을 넘어 흐름이 되면 자연스레 동참하는 정도를 넘어 따르지 않는 이들을 이상하게 여긴다. 제모(除毛)도 그런 일 가운데 하나다. 겨드랑이 털 없애기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07년 중국 영화 '색 · 계(色戒)' 개봉 뒤 파격적인 노출 못지 않게 여주인공 탕웨이(湯唯)의 겨드랑이 털이 화제가 된 건 그 같은 인식을 드러낸 대표적인 예다. 당시 관객들의 반응은 "뭐야"를 넘어 "추하다"는 것이었다. 겨드랑이 털은 그만큼 비호감과 민망함의 대상이다.

    제모 부위는 넓다. 여성의 경우 겨드랑이와 팔 다리 얼굴은 물론 특정한 곳까지 포함된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한 '브라질리언 제모'는 비키니 수영복이나 비치는 속옷을 입었을 때 깔끔하고 세련되게 보이도록 은밀한 곳의 털을 하트나 꽃 모양으로 정돈하는 것이다.

    제모 붐은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슴털을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생각, 가슴에 감자를 문지르거나(그러면 털이 난다는 속설을 믿고) 수북한 털을 내보이려 윗옷 단추를 몇 개씩 풀어놓던 건 옛일이다. 제모기 구입고객은 물론 피부과에도 남성이 급증한다는 마당이다.

    계기나 이유에 대한 풀이는 다양하다. 아도니스(그리스 신화 속 미청년)형 몸매 선호,외모에 투자하는 그루밍족 증가,박태환 선수가 몰고 온 수영 열풍으로 미끈한 외국 선수를 접한 영향 등.가슴과 팔 다리 털만 없애는 게 아니라 턱수염을 비롯한 얼굴 털도 제거하려 애쓴다.

    방법은 가지가지다. 면도기나 족집게, 왁싱(waxing)제품, 제모크림 등을 이용해 집에서 혼자 하기도 하고 병원과 전문업소를 찾아 레이저 제모 시술 혹은 실면도를 받기도 한다. 면도나 왁싱은 손쉽지만 자칫 상처가 생길 수 있고 자주 해야 하는 반면 레이저 제모는 모낭세포만 파괴해 피부손상도 없고 영구 제모가 가능하다고 한다.

    돈은 좀 들지만 간단하고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솔깃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실제론 레이저 제모 후 화상이나 물집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게 한국소비자원의 발표다. 말끔하게 보이려다 생고생을 하는 수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물리 · 화학적 처치엔 늘 부작용 가능성이 따른다. 그럴싸한 홍보 문구에 혹하지 말고 잘 따지고 조심해야 돈 쓰고 속 터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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