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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창근 칼럼] 도덕성이 먼저인가, 능력이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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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렴하지 않은 공직자 능력 무의미, 도덕성 결함은 정부불신 초래
    천성관 인사파문은 따지고 보면 없었던 것보다 불거진 게 나았다. 파격 인사로 쇄신의 모멘텀을 삼으려던 국정 리더십에 상처를 남기기는 했지만,이번 사태로 인해 앞으로 고위 공직자 인사에서 도덕성과 청렴이 어느 때보다 엄격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게 된 까닭이다. 청렴이 공직자가 마땅히 지켜야할 본분이라는 점에서 당연하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도덕성 시비가 되풀이되는 것은,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을 확인시켜주는 서글픈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도덕성과 청렴의무의 작은 결함이라도 제기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 단골 메뉴 또한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등 국민 정서에 반할 뿐 아니라 실정법까지 어긴 경우들이 많다. 지도층의 일탈이 이런 마당에 법질서와 원칙을 아무리 외쳐봐야 먹힐 리 없다.

    허술한 인사검증시스템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처신의 웬만한 흠결 정도는 일을 잘하는 것으로 덮어질 수 있다는 게 공직 인사의 '실용적 철학'이라면,문제는 그것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앞으로도 계속 이런 불상사는 거듭될 것이다.

    공직자의 처신은 어때야 하는가?.청렴과 도덕성이 먼저인가,능력이 우선인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양식이 수용할 수 있는 그 실용적 기준은 무엇인가? 우매(愚昧)한 질문이지만,명쾌하게 정리되기 어려운 문제인 것 또한 오늘의 현실이다.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율기(律己) 청심(淸心)편의 '관리 등급론'을 잣대로 삼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국 남송(南宋)시대 학자 육구연의 상산록(象山錄)을 인용한 대목이다. 관리의 첫째 등급은,봉록 이외에는 아무 것도 탐내지 않고 벼슬을 그만둘 때에도 가진 것이 없는 경우다. 두 번째는 명분 있는 재물은 받지만 없는 건 받지 않는,말하자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공직과 관련해 생기는 이익을 마다하지 않는 관리다. 그리고 최하의 등급은 직책을 이용해 탈법적인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되,관행을 빌미로 앞장서 뇌물을 탐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산이 청렴한 관리라도 첫째 덕목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다음 등급인 차선(次善)도 무방하다고 말한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최하 등급에 대해서는 옛날 법도라면 팽형(烹刑)감이라며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의 한계를 넘지 않아도 그러한데 더 심한 오늘날 우리 부패 공직자의 모습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직책과 권한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받는 행태는 예사이고,또 그걸 관행으로 여기는 범법자 수준의 공직자는 흔하다.

    사람 하나 제대로 뽑아 쓰지 못한 데서야 국정이 어찌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도덕적 결함을 가진 공직자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고 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의 사적 영역은 별로 따지지 않는 미국이지만,고위 공직자 임명에 관한한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검증절차를 거친다. 일단 인사청문 대상 공직 후보자가 되면 그는 '피의자'가 된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돈을 어떻게 벌고 모았는지,무슨 사회활동 경력을 가졌는지,정신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도박 등 나쁜 습관은 없는지,사생활의 모든 비밀스런 치부까지 낱낱이 고백토록 한다. 나중에는 FBI(연방수사국)가 나서 주변 친구들과 그동안 살았던 거주지 이웃의 평판까지 파헤쳐 의회에 보고한다. 그래서 '자식 출세시키려면 다섯 살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다산은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청렴하지 못한 것은 어리석기 때문이다"고 했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이라면 꼭 새겨야 할 경구(警句)다.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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