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내 최대 정보기술(IT) 노조인 KT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탈퇴를 확정지었다. KT 노조는 17일 임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찬반 투표를 실시,94.9%의 찬성률로 민주노총 탈퇴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투표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450여개 지부에서 재적 조합원 2만8434명 중 2만7018명(투표율 95.0%)이 참여,2만564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KT 노조 관계자는 "비민주적 운영 방식과 조합원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정치투쟁,정파 간 극심한 분쟁 등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더 이상 간과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러 탈퇴를 결정했다"며 "특히 그동안 탈퇴를 요구해온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최근 들어 더욱 커져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KT 노조는 당분간 상급단체 없이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다는 방침이다.

KT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기업 노조 중 현대차(4만5000여명),기아차(3만100여명)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KT 노조의 탈퇴로 민주노총은 위상 약화와 투쟁 동력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의 조합비 수입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T 노조가 상급단체에 납부하던 조합비는 연간 8억원에 이른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맹인 IT산업노조연맹은 전체 조합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KT 노조의 탈퇴로 사실상 와해가 점쳐지고 있다. 이번 KT 노조의 탈퇴로 향후 기업 노조의 민주노총 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민주노총을 탈퇴한 기업 노조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10여곳에 달한다. 최근 현대차지부 산하 정비위원회도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의 창립 멤버로 지난 15년간 IT산업노조연맹을 이끌어온 KT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데 대해 "최근 노동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1980,90년대에는 정치 이데올로기 위주 투쟁이 노조의 존재 이유였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조합원들에게 얼마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가 가장 큰 현안"이라며 "KT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기업 노조들이 그동안의 양대 상급노조(한국노총,민주노총) 체제에서 벗어나 다극화를 통한 서비스 경쟁 체제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고경봉/양준영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