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이 소비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선택은 오직 소비자만의 특권입니다.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확대하는 일이지요. "

하랄트 베렌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사진)의 영업철학은 확고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하반기 신차를 대거 내놓기로 한 이유도 이 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달 말 '뉴 GLK'를 출시하는 데 이어 8월엔 7년 만에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중형 비즈니스 세단 '뉴 E클래스'와 플래그십(최고급 대표 모델)인 S클래스의 부분변경 모델 '뉴 제너레이션 S클래스'를 잇따라 선보인다.

뉴 E클래스엔 기존 라인업 외에 쿠페 모델을 추가하고 뉴 제너레이션 S클래스엔 종전 모델에 하이브리드카인 'S 400 하이브리드'를 더해 라인업을 한층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젊은층 여성 전문직 등으로 구매층을 넓히기 위해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하이브리드카인 S 400 하이브리드를 9월께 출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시아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역(forefront)이고 특히 한국 시장은 세계 친환경차들이 격돌하는 중요한 테스트마켓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S 400 하이브리드는 작고 가벼운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해 트렁크와 뒷좌석 등의 공간이 일반 S클래스 차량들과 차이 없을 정도로 넓은 게 장점"이라며 "연비는 유럽 기준으로 ℓ당 12.6㎞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하이브리드카만이 친환경차의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란 시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인식이 확산된 것은 글로벌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가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해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린 결과라는 분석도 내놨다.

"사실(fact)을 봐야 합니다. 하이브리드카와 디젤 차량을 비교하면 지금까지 연료효율,이산화탄소 배출 등 모든 부문에서 디젤 차량이 앞서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 내부의 단거리 주행에는 전기차가,도시 근교까지의 중간거리 운전에는 하이브리드카가,장거리 주행에는 디젤차량 또는 디젤하이브리드카가 가장 좋은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친환경차 기술 역시 혼재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합니다. "

한국에서 디젤 차량이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2007년부터 다양한 디젤 모델을 내놓고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디젤 승용차의 훌륭함을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그는 말했다.

베렌트 사장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최고 럭셔리 차량'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E클래스와 S클래스 차량 위주로 판매했지만,작년부터 마이B,뉴C클래스 등 소형 세단이 주요 매출 기반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이B는 3600만원대,뉴C클래스는 4650만~5600만원대라고 가격을 소개하면 '메르세데스벤츠에도 이렇게 싼 차가 있냐'며 놀라는 소비자들이 아직도 많다"며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갖춘 차량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베렌트 사장은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의 가장 작은 모델인 A클래스 차량은 당분간 한국시장에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A클래스는 현재 제품 라이프사이클 후반부에 진입해 있어 지금 당장 한국에 들여올 경우 금세 구모델이 되기 때문이라고.

회사의 하반기 판매 전망에 대해선 낙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상반기 20% 정도 위축됐던 수입차 시장이 하반기 크게 개선되지 않더라도 신모델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판매는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베렌트 사장은 "정비 역량 강화,금융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충성고객을 더욱 확충해 나가겠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체에 대해서는 "신차의 디자인 품질 등이 크게 개선돼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대중차업체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지만 아직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하기엔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