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건강 전도사 강윤식 박사의 ‘장 칼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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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 엘리베이터엔 ‘용종을 잡아 대장암을 박멸하자.”라는 다소 전투적인 표현의 포스터가 하나 붙어 있다. 한 번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목사님이 병원을 방문하신 적이 있다. 이분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 분이라 나는 그 분의 미국식 이름만 알고 있던 터였다. 그 분이 이 포스터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원장님, 제 한국 이름이 뭔지 아세요? 박용종이에요.”라고 하시는 바람에 함께 배를 잡고 한참이나 웃은 적이 있다.
용종은 영어로는 폴립(polyp)이라고 하며 한자로는 茸腫이라고 쓴다. 즉 혹 모양으로 튀어나온 종양이란 뜻이다. 작은 사마귀 같은 모양이 가장 흔하지만, 때론 체리 같이 가는 줄로 장벽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것도 있고 빈대떡 같이 납작한 모양도 있다. 5mm 이하의 작은 것으로부터 2-3cm 에 이르기 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용종은 모양을 보고 붙인 병명이기 때문에 세포검사를 해보면 그 안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 것을 조직검사 상으로 크게 선종성 용종과 비선종선 용종으로 나눈다. 이렇게 나누는 의미는 대장암과 관련이 되는 용종은 바로 선종성 용종이기 때문이다. 선종성 용종은 전체 용종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눈으로 어느 정도 구분이 되는 것들도 있지만 정확한 결과는 항상 조직검사로 확인을 해야 한다.
선종성 용종도 더 세분을 하면 관상선종과 융모상선종, 그리고 관상융모상선종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선종성 용종을 세분하는 이유는 융모상선종이 훨씬 더 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5-3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크기가 클수록 그 위험은 더 높아진다. 내시경검사를 하다 보면 아슬아슬한 경우들도 많이 보게 되는데 잘라낸 용종의 표면 점막에만 살짝 암으로 변해 있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용종을 잘라낸 것만으로도 암이 치료된 것이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화를 면한 복이 많은 분들이다.
이런 대장용종이 실제로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전체적인 통계가 아직 없다. 그러나 각 병원 별로 발표된 통계들을 살펴보면 40세 이상 성인의 30-50%에서 용종이 발견되는 것 같다. 병원마다 통계의 차이가 있는 이유는 검사한 분들의 연령분포가 서로 약간씩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장비와 숙련도 등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참고로 기쁨병원의 통계를 보면 대략적으로 자신이 속한 연령대와 같은 수치의 발견율을 보이고 있다. 즉 20대는 20%, 30대는 30%, 40대는 40%, 50대는 50%, 60대는 60% 정도에서 용종이 발견된다고 보면 된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어느 연령대라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기억할 사실은 용종은 그 자체로서는 건강에 영향을 주는 질병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용종은 항상 암과 관련되어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