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설기현(30.풀럼)이 알 힐랄의 임대 선수로 6개월간 활약했던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리그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뛰었던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32)의 알 힐랄 이적이 확정되고 최근 전남 드래곤즈와 계약 파동을 일으켰던 이천수(28)도 알 나스르 입단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한국 선수들의 잇따른 진출로 축구팬들의 관심을 끄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는 적지 않은 몸값을 주기 때문에 선수들을 유혹하지만 적응은 쉽지 않은 무대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는?

사우디 리그는 유럽리그와 비슷하게 9월 시즌을 시작해 다음해 4월 마감한다.

총 12개 팀으로 운영돼 한 시즌 동안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각 팀당 22경기를 치러 승점 차로 순위를 매긴다.

1부 리그 하위 두 팀은 14개 팀이 참가하는 2부 리그로 강등된다.

사우디 리그는 세계적으로 '오일머니'라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각국 대표팀 선수를 끌어모으기로 유명하다.

사우디 클럽은 대표팀 경력을 지닌 선수에게는 유럽에 절대 뒤지지 않는 수십억 원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엔터테인먼트가 없다 보니 유명 축구 선수는 '매머드급 스타'로 인정받고 구단 소유주 대다수가 왕족이어서 재정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평균 연봉으로 치더라도 K-리그보다 나은 것으로 알려졌고 한때 최고 연봉자는 400만 달러(한화 50억원)를 받기도 했다.

현역 은퇴를 앞둔 유럽의 스타급 축구 선수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리그에 진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시즌부터는 아시아쿼터제가 적용되면서 사우디 리그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스타급 선수들에게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기현의 에이전트사인 지쎈의 류택형 이사는 "사우디 리그는 조건이 좋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구단의 지원도 적극적이고 축구에 열광하는 분위기도 선수들에게는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단조로운 생활에 문화적 차이..만만치 않은 리그

사우디 리그가 고수입을 보장하고 아시아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리그로 통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적응이 쉽지 않은 리그라고 축구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축구 말고는 특별히 다른 활동을 할 게 없다"면서 "사우디 리그를 경력 삼아 더 나은 리그에 진출한 사례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무더운 날씨에 문화적 차이가 크고 축구 환경이 한국과 유럽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분석도 있다.

설기현도 "문화 차이에 빨리 적응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면서 "솔직히 축구를 빼면 할 게 없다.

그렇지만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오히려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 적당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사우디 각 구장의 잔디 상태도 제각각 달라 그라운드에 적응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사막 한가운데 경기장이 마련된 곳도 있어 말 그대로 '모래 바람'을 뚫고 경기를 할 때도 적지 않다.

홈 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때도 있다.

축구 열기가 매우 뜨겁기로 소문난 사우디에서는 용병으로 뛰면 기량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실수를 하면 일부 극성 팬들이 경기 직후 선수단이 탄 차량을 향해 욕을 하거나 심지어 돌은 던지기도 한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