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지역 집값만 '나홀로 상승'하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부동산 값은 경기에 후행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는데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상승하면 소득이 늘어나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기업은 설비투자를 위해 공장용지를 사들이면서 주택값과 땅값이 오르는 모양새가 반복되어 오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례적인 상황의 원인으로 우선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과 낮은 금리에 따른 유동성을 손꼽았다. 넘쳐나는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현재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시장 전반이 크게 하락했는데도 부동산은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안정적인 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비해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은행과 기업 살리기를 위해 확대된 유동성이 산업자본 투자로 가지 않은 것은 물론 금융위기를 촉발한 금융쪽으로도 흘러 들어가지 않고 있다"면서 "유동 자금이 일부지역 부동산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외부변수에 의해 내려앉았던 자산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것도 한 이유다. 시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금융위기라는 외부 요인에 타격을 입고 가격이 떨어진 만큼 관련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경기에 선행하거나 동행하면서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외환위기 이후 외부적 충격에 의해 떨어진 가격이 회복될 때에는 부동산 가격이 시장에 후행하기보다 동행하는 패턴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쏟아진 부동산 규제완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장을 눌러왔던 규제가 풀리면서 전체적인 경기와 상관없이 집값만 독자적인 상승 사이클을 보였다는 것이다.

장 연구실장은 "지난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과도한 규제를 도입해 상승할 힘이 있는 시장을 그대로 냉동시켜 버렸다"며 "현 정부들어서는 규제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경기와는 무관하게 거래가 다시 살아나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의 현상만을 보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오르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고 거래량도 적다"며 "국지적인 현상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