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의 지각변동이 완연하다.

'포천(Fortune)'지가 8일(현지시간)발표한 2009년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를 살펴보면 세계 자동차시장의 재편 흐름이 여실히 드러나 눈길을 끈다.

요약하면 메이저의 '몰락',중위권의 '도약'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오는 20일자 잡지에 수록될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중 완성 자동차 생산업체는 총 16곳으로 집계됐다. 순위는 2009년 매출 기준으로 정해졌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82위에서 5계단 떨어진 8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순위변동폭을 살펴보면 미국,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하향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모든 업종을 합쳐 글로벌 5위를 차지했던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10위로 밀려났다.혼다는 40위에서 11계단 떨어진 51위였다. 닛산은 14계단 떨어진 67위였으며 마쓰다는 252위에서 정확히 100계단 떨어진 352위까지 내려앉았다.

파산보호 절차를 밟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9위에서 18위로 추락했다. 미국 '빅3' 자동차업체 중 유일하게 정부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포드도 지난해 13위에서 19위로 내려앉았다.

가장 큰 순위 하락을 보인 업체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였다.지난해 350위에서 무려 120계단 내려앉은 470위로 처졌다. 반면 순위가 가장 많이 뛰어오른 곳은 중국 상하이자동차였다.지난해 373위에서 359위로 14계단 상승했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경우 대체로 순위가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18위의 폭스바겐이 14위로 올라섰고, 71위였던 피아트는 64위로 뛰어올랐다. BMW는 78위로 작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볼보는 167위에서 163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가톨릭대 김기찬 교수(경영학과)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소형차 수요를 놓고 폭스바겐, 피아트 등 유럽 업체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소형차'를 시장 변화의 화두로 지목했다.

김 교수는 "유럽 업체들은 이전부터 소형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 소형차 시장을 파고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순위가 하락한 데 대해서는 "엔 강세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일본 업체들은 상당한 수준의 소형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강세로 인해 낮은 매출액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상하이자동차의 순위 상승을 지목, "중국 시장의 확대가 빨라지고 있다"며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인 현대차에 대해서는 "시장이 자동차의 연비효율을 중시하고 있어 이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