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10인승 이하 승용차(승합차 포함)의 평균 연비를 ℓ당 17㎞ 이상으로 높이거나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을 ㎞당 140g 이내로 줄여야 한다.이와 함께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차량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부과금을 물리는 제도가 도입된다.청와대와 녹색성장위원회는 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자동차 연비및 온실가스 배출기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연비·온실가스 기준 중 선택해야

정부는 ‘자동차 연비및 온실가스 배출기준 개선방안’에서 미국처럼 연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기준을 함께 도입하되 자동차 제작사가 연비(ℓ당 17㎞이상)와 온실가스 배출량(km당 140g 이내) 기준 두 가지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선택형 단일규제’를 도입키로 했다.연비 기준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2012년부터 ℓ당 16.6㎞ 이상)보다 높게,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은 국내 업계의 상황을 감안해 EU(km당 130g 이내)보다 다소 낮게 잡았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GM대우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2012년부터 회사별로 내수 판매차 가운데 30%의 평균 연비 또는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을 새로운 기준에 맞춰야 한다.이어 2013년엔 60%,2014년엔 80%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2015년엔 100%의 차량의 평균 연비나 평균 배출량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2015년 100%’ 적용은 미국의 목표보다 1년 앞선 것이다.

김정관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내수뿐만 아니라 자동차 수출량의 59%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시장을 감안한 기준”이라며 “우리 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글로벌 시장 흐름이 고연비·저탄소로 가고 있는 만큼 정부 방안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업계 관계자는 “연비와 온실가스 기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 점을 다행”이라면서도 “친환경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개발과 보급 확대를 획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업계의 요구를 감안,보안장치를 마련했다.‘크레딧(credit) 거래를 통해 2012년부터 한 업체가 기준을 초과 달성할 경우 남은 크레딧(credit)을 다른 업체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이와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이 km당 50g이하인 ‘초저탄소 그린카’에 대해서는 제조사의 평균 배출량을 계산할 때 추가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고(高)연비 저(低)탄소 차량에 인센티브

연비가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구매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은 프랑스의 ‘보너스-맬러스(Bonus-Malus)’ 제도를 벤치마킹해 만들기로 했다.프랑스는 2008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CO2 배출량이 km당 130g 미만 차량엔 200∼50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대신 온실가스 배출량이 km당 160g을 초과하는 차량엔 200∼2600유로의 부담금을 물리고 있다.이 제도의 도입으로 프랑스의 2008년 저탄소 자동차 등록은 전년 대비 77∼487%나 급증했다.특히 CO2 배출량이 km당 100g이하인 자동차 판매량은 5배 가까이 늘었다.

우기종 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추진단장은 “우리는 연비나 배출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만큼 보조금과 부과금도 온실가스와 연비를 기준으로 모두 만들어 2012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배기량 기준’으로 돼 있는 자동차 관련 세제도 2010년 이후엔 ‘연비 및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바꾸기로 하고 조만간 연구용역을 맡기기로 했다.배기량에 따라 취득세 등록세 자동차세 등을 부과하고 있는 제도를 미국(연비 기준 과세)이나 영국 및 프랑스(CO2 배출량 기준 과세)로 전환할 예정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