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지난 십여년간 몰티즈 숫놈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약 6개월 전 열세살의 나이로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그 녀석을 보내고 온 식구들이 한동안 우울한 기분으로 지냈다. 지금도 저녁 늦게 집에 돌아갈 때면 거실에서 짖으며 뛰쳐나올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다시 한 마리를 키워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 녀석이 떠난 후 안타까웠던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서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다. 대신 얼마 전 집사람이 유리어항을 사왔다. 구피 몇 마리와 네온 테트라 등 열대어 십여마리를 사와 수초며 공기 공급기를 사서 넣어주고,아침 저녁으로 밥도 주고 녀석들이 헤엄치며 노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녀석들이 자꾸 죽었다. 열대어 가게 주인한테 자문을 받아 수처리 약도 넣어주고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같은 날,같은 시간에,같은 종류의 열대어를 사왔는데 죽고 사는 모습이 각기 달랐다. 왜 그럴까. 체력의 차이일까. 아님 환경 적응의 문제일까. 아마도 살아 남은 놈에게는 다른 놈들과는 다른 '생존 DNA'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사이 세계적 경제위기 여파로 모두들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생존이란 단어가 작금의 화두가 돼 버린 듯하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개인이나 회사가 있는가 하면 패배하고 도태하는 경우도 많다. 유전적 요인이야 어찌 해볼 도리가 없겠지만,후천적인 노력으로 살아남는 방법도 많다.

나는 직원들에게 끝까지 살아남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고 말하곤 한다.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게"라고.우리가 가진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7시간을 빼면 17시간.그중에서 회사와 연관된 시간은 약 12~14시간이다. 본인이 사용하는 시간의 약 70~80%를 회사를 위해 쓴다. 다시 말해 회사 생활이 즐거우면 인생도 즐거워진다.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

일 안하고 놀면 즐거울까. 당연히 아니다. 회사란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다. 즐거워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윗사람에게 잘 하면 된다. 무슨 소리냐고? 최소한 회사에서는 당신의 인생에 제일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상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손의 지문이 닳게 아부하란 말은 절대 아니다. 일부 효험은 있겠지만 그리 오래 가지도 않고 내실도 없다. 정말로 윗사람에게 잘하는 비결은 맡은 일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

성과를 공유하면 신뢰가 쌓인다. 동시에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면 상사는 당신을 좋아하게 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일도 더 재미있어진다. 아침이면 빨리 회사에 가고 싶어진다. 결국 당신이 최후까지 살아남아 즐거운 인생을 살아갈 확률도 높아진다. 생존 DNA가 당신의 몸과 마음속 세포에 활착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성장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아무리 탁한 물,환경,시련에도 건강하고 재빠른 몸놀림으로 인생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이여,오늘부터 상사에게 더 잘하세요. "

손영기 GS파워사장 ykson@gspo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