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미리 보는 월드컵'인 2009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4강전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해 내년 월드컵 돌풍을 예고했다.

남아공은 26일 오전(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 파크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삼바 군단' 브라질과 맞서 선전했지만 후반 43분 다니엘 알베스에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0-1로 석패했다.

애초 경기 전에는 브라질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됐다.

FIFA 랭킹 5위, 월드컵 최다인 5회 우승이라는 화려한 배경에 `하얀 펠레'라 불리는 카카와 호비뉴 등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한 브라질에 비해 남아공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무명인데다 FIFA 랭킹도 72위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남아공이 예선전에서 뉴질랜드(FIFA 랭킹 82위)를 2-0으로 이기긴 했지만 첫 경기에서 FIFA 랭킹 77위인 이라크와 0-0으로 비긴 점이나 스페인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0-2로 완패했다는 점에서 현격한 전력 차가 점쳐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뜻밖이었다.

남아공은 예선전 때와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전후반 내내 특유의 벌떼 수비로 브라질 공격의 예봉을 꺾었고 도리어 수차례 좋은 슈팅까지 선보이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8천여명의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연장전에 돌입했더라면 남아공의 승리를 점칠 정도로 남아공 선수들은 끝까지 역동적인 플레이를 펼쳐보였다.

지난 199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이후 국제대회 첫 결승 진출의 꿈은 아쉽게도 좌절됐지만 이날 남아공 선수들은 축구강국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함으로써 내년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브라질 출신인 조엘 산타나 감독은 경기 직후 AP, AFP와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 팀 중 하나인 브라질을 놀라게 할 정도로 매우 훌륭한 경기를 했다.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언급하고, "남은 1년간 잘 준비한다면 다시 브라질을 맞아서도 아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앙수비수인 매튜 부스는 "감독과 선수들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오늘 경기가 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입증한 것이었으면 한다"라면서 "이번 대회로 많은 자신감이 생겼다.

월드컵까지 남은 1년간 계속해서 이날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은 지금까지 1998년과 2002년 두 차례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했었다.

한편 남아공은 FIFA 랭킹 1위 `무적 함대' 스페인과 28일 밤 3-4위전을 갖는다.

`리턴 매치'인 이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공동 개최국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룬 것처럼 남아공도 1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